매거진 일상 시선

시래기

by 권씀

무의 머리맡을 채워주던 녀석을 뚝 떼어다
가을과 겨울, 두 계절에 걸쳐 말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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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의 온기를 받아 푸르게 자라던 젊음은
하늘의 온기를 받아 갈색빛으로 나이를 먹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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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듯 다른 온기를 받아
이제 꼬들하게 말없이 말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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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푸른 청춘일 땐 써먹을 곳이 없던 녀석은
세월을 보내고 계절을 맞이하며
밥과 국, 된장에도 다 어우러지는 존재가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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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나일 먹으면 여러 곳에 스며드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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