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먼지 잔뜩 머금고
미처 헹궈내지 못한 하늘 탓에
온종일 텁텁한 공기가 서성인다
이럴 때는 시원하게 비가 와주면 좋을 텐데
세상일이 다 그렇듯
이 역시 마음 내키는 대로 되지 않는다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비가 올 듯 말 듯 한 하늘은
습한 회갈색 빛으로 가득 차 있다
잔뜩 쌓인 설거지를 끝내고
밀린 빨래를 하다 말고 또 머뭇거린다
비가 오면 비 그친 뒤 빨아 널까
아니 지금 널어도 괜찮지 않을까
우물쭈물하는 동안
하루가 나처럼 머뭇대며 식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