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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철

by 권씀

초록잎이 사방에 퍼지는 계절이 다가오고 시들어가는 건 오로지 한철의 꽃뿐이다. 붉은 장미가 온 사방에 제 흔적을 남길 때 색이 옅은 장미는 쑥스러운 마음이 너무나도 커서 제 얼굴을 감추려 부단히 노력을 하지. 연분홍빛 장미가 그늘 아래 숨어 쉬는 날엔 유독 볕이 따가워서 가쁜 숨을 몰아쉬는데 그마저도 녹록지 않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그마저도 무더운 날엔 작은 가림막일 뿐 그 이상 그 이하의 것도 될 수 없어. 장미가 시들어간다. 계절의 건널목에 있는 것들은 유독 생이 짧아 다른 것들보다 더 화려하고 찬란하고 애달프지. 색이 바랜 건지는 모르겠다. 온통 빨간 것들 사이에서 되려 색이 바래서 더 유약하게 보이는 걸지도. 빗방울 하나에도 몹시 흔들릴 하나의 생은 오늘도 오도카니 숨어 옅어져 가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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