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완연한 날이 왔는데도
당신의 꽃은 여전히 피어날 생각조차 없군요
무엇이 그리 서글퍼서 침묵하시나요
말씀이 없으셔도 나 홀로 짐작컨대
잎사귀에서 꽃대궁으로 몰려가던 당신의 마음도
잎자루 어디쯤에선가 혀를 깨물어 결국
꽃 대신 멍울 같은 가시가 돋아난 것이겠죠
못내 아쉬워 한참 눈물 한 모금 흘려보낼 때 당신께서 오셨어요
그날은 앞마당의 성긴 잡초들을 솎아내고 있었죠
당신은 조용히 담장을 넘어와 내 등을 가만히 두드렸죠
고개를 들어 뒤돌아보니 어느새 긴 팔을 하고서 손인사를 하던 당신이죠
나는 마침내 당신의 손을 붙잡고 당겨 힘껏 당신을 끌어안을 수 있었어요
당신의 꽃잎 대신 피어난 가시로 말미암아
내 몸에 새겨지는 수많은 피 맺힌 점들
비로소 당신 몸을 빠져나와 살아 숨 쉬는 가시들
정말이지 아프도록 아름답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