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단술

by 권씀

반딱반딱 밥사발에 살얼음까지 가득 담아보니

행여 놓칠세라 입을 대고 소로록 물어 삼키면

그 삼삼한 단맛이 꼭 어린 시절 할머니의 미소를 닮아있지


어른들은 밥알 동동 뜬 동동주를 한 움큼 입에 물고

아이들은 밥알 동동 뜬 단술을 한 움큼 입에 물고

저마다 밥사발 하나씩 양손에 모아 쥐고서 단숨에 비워내지


꿀꺽꿀꺽 단숨에 비워내고

빛바랜 숟가락을 신나게 들고 와서

옹기종기 긁어모아 한 숟갈 포옥 떠서 들면

하얀 밥 알갱이들이 내리쬐는 볕에 반짝반짝 빛을 내는데

어디로 흘릴까 싶어 호다닥 입안으로 녀석들을 들이네


오랜 시간 지나 할머니와 외할머니는 먼 여행을 떠나고

장난 삼아 동동주를 단술이라고 농치며

장난스레 건네던 할아버지와 외할아버지는

사진 속에서만 환히 웃음을 짓고 있네


단술을 단숨에 들이켜 마시네

오래 묵혀두었던 기억이라 여겼던 그 시절도 함께

그리고 모든 사랑을 베풀었던 이들과의 기억도 함께

단술에서 단 맛이 아닌 눈물 맛이 나는 건

불쑥 튀어나온 기억 때문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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