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되기까지는 한참 남았는데
하늘은 제상을 향해 몸을 이만큼 기울이네
여름이 익기까지는 한참 남았는데
능소화는 잔뜩 익어버린 제 몸을 담장 너머 넘기네
능소화의 시간은 지금이기에 서두르는 거겠지
오래 되지 않은 시간들도 나의 것이라
애써 부둥켜 안고 있던 것들이 많았지
사는 건 지금인데 어째서 다시 돌아가고만 있었을까
능소화가 지금을 사는 것처럼 나도 그렇게 살아야지
나도 능소화처럼 익어버린걸지도 몰라
다만 애써 모른 척 하고 있었을 뿐
능소화가 담을 넘어 지금을 사는 것처럼
나도 시간의 담을 넘어 지금을 살아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