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딱지가 굳기도 전인데 가려워. 그것도 엄청. 이럴줄 알았으면 손톱을 바짝 깎지 않는 건데 괜히 깎아선 말야. 내 마음대로 시원하게 긁어내지도 못하고 이게 뭔지. 별 수 있나. 뭉툭한 손톱으로나마 긁어봐야지. 피딱지가 딱딱해지는 테두리부터 살짝씩. 그러다 좀더 긁어도 되겠다 싶으면 좀 더 힘을 줘서 긁어. 상처라는 건 내 상처가 아닌 이상에야 쉬워 보이더라. 아무는 것도 빠르고. 그래서 가끔은 내가 감정이 결여된 인간 같아. 남의 상처를 나도 모르게 손톱으로 긁어보고 있거든. 긁었다간 어떻게 될 지 모르니 그냥 잠자코 있을 때가 많아. 피딱지가 완전 굳고 나서도 떨어질 날을 기다리기까진 꽤 시간이 흘러야 할테지. 잘 알잖아. 지금껏 생겼던 피딱지들이 대개 그랬으니까. 피딱지가 가득한 몸 위로 미지근한 물을 끼얹어. 너무 차가우면 피딱지들이 우둘투둘 떨어질테고, 너무 뜨거우면 되려 다른 상처가 생길테니까. 미지근한 물에 몸을 담가 피딱지를 불려. 감추고만 싶었던 피딱지같은 지난 날들을 그렇게 물에 불려. 나중에라도 잘 떨어지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