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정문 앞
식탁에 또 윤리를 두고 나왔네요
주춤
태우다 만 담배를 손끝으로 튕기며
아무렇게나 침을 칵 뱉어내요
뭘 보냐며 눈을 부라리며 괜히 어깨를 으쓱하죠
오늘도 그녀를 만나러 갑니다
바다 위 높다란 성에 있는 그녀를 말이죠
대강 입맞춤을 하고 그녀 어깨에 간신히 걸쳐 있는 옷을 내릴 땐
찜찜하지만 이내 발뒤축이 한결 가벼워져요
끈적끈적한 점유의 점성을 쥐도 새도 모르게 베어내고
이탈일지 일탈인지 거친 호흡도 세밀하게 눌러 놓고
지면을 박차 오르면 꽁꽁 문을 닫고 지내던 고층의 그녀
라푼젤처럼 높다란 고층에 살던 그녀의 집 창을 두드리겠어요
내가 파도가 되어 미친 듯이 너울거리며 수도 없이 두드리겠어요
깜빡이는 불빛 사그라질 때까지 꺼진 불빛 다시 타오를 때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리저리 뒹굴다 부딪히겠지요
오늘의 시퍼런 질주가 새카맣게 내일의 도덕을 태우겠지요
아무렴 어때요 이왕 들이치는 거 미친 듯 질주해보는 거죠
낡은 모텔 우후죽순 서있는 해변도로변
투명한 방음벽 아래 떨어져 죽어있는 몇 마리 새
날개가 유난히 가벼웠을까요
그녀를 만날 때면 우연히도 집에 윤리를 두고 나왔던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