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시장 입구 좌판

by 권씀

시장 입구 좌판엔 눈깔부터 썩어가는 것들이 누워있다


마른 지느러미를 퍼덕이는 것들

그들은 오래전에 파도를 잃어버렸다


느린 유속을 타고 도착한 곳은 새롭고 크고 혼잡했다

그들은 파도를 거슬러 오르는 법을 잊고

제 몸을 민물에 담구는 법을 배웠다

소금기가 없는 물은 유독 따가웠다


시장 입구에 다다르면

굴비를 엮듯 지친 몸뚱이를 포개어 달궈진 좌판에 내었다

좁은 골목을 헤엄치려면 몸이 말라야 했다


이번 명절에도 돌아갈 곳이 없는 것들은

낡은 기차의 표를 바라보다가

표의 가격을 가늠하다가

통장잔고를 더듬거리다

눅눅한 시장 입구의 오후를 들이마셨다


몸 위로 새겨지는 얼룩진 순간들

머리 위에는 언젠가 초라한 몸을 내리칠

다듬잇방망이만 부유하는데

마른 지느러미를 펄럭이는 동안 천천히 썩어가고 있다


뜨거운 햇살이 끈적이는 시장의 오후

내일은 어떤 고난들이 주어질까


좌판에선 비린내가 피어오르기 시작하고

눈깔이 다 썩어버린 것들은 길거리를 방황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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