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는 것은 슬픈 일이었다. 사슴 한 마리가 샘물에 눈을 헹구듯 잔잔한 물기가 어리는 일이었다. 이상하다. 이미 나는 너를 사랑하고 있다. 사슴을 따라 잠시 너의 눈에 다녀왔으므로, 너와 함께 너의 이름처럼 살고 싶어졌으므로.
그러나 사랑한다는 것은 슬픈 일이기에 얼굴에 한 줄 거미줄이 붙은 것처럼, 한낱 바람에도 휘 날아가버릴 기분으로 걸려 있어야겠다. 결국 나는 떼어져 나갈 것이므로. 걸어둔 적이 없는데 너는 내게 오래된 달처럼 걸렸고, 나는 네게 무게 없는 그림자를 기대었다.
이상하다. 너를 사랑하게 된 밤. 하늘에 슬픔과 무관한 무수한 별이다. 결국에 달그림자는 스러지는데, 그것과도 무관하게 수북이 별이다.
사랑이여 돌진해라. 내 기꺼이 나의 영혼을 보내겠다. 내 비록 너덜너덜한 심장을 높이 쳐들곤, 산들바람에 흔들리는 바짓단 동여맨 벙어리, 환상에 취해 떠다니며 천국을 꿈꾸는 장님, 저항군의 갈까마귀를 보지 못하는 불구에 불과하지만, 너를 향한 마음만큼은 진솔하여 반항 높은 줄 모르니 사랑이여 돌진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