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늙은 개의 뒷모습

by 권씀

낮의 스위치를 끈 후 보이는 것들. 늙은 개의 눈엔 어둠이 쏟아지고 찌그러진 밥그릇에 물이 고이면 언제나 달빛이 둥둥 떠오른다. 눈동자가 새파랗던 늙은 개는 새벽의 불면을 핥는 중이다. 별처럼 환했던 이빨이 싯누렇게 얇아진 다리를 축 늘어놓은 채, 꼬리를 흔들며 반기던 주인이 방문을 닫고 잠을 자면 꿈 속 사육장을 어슬렁거리는 그 늙은 개. 좀처럼 끊어지지 않는 한숨 사이 물어뜯던 뼈다귀는 오늘따라 길고 두껍지. 천천히 눈을 감는 개의 그림자 위로 엎드리면 어디가 아픈지 자꾸 울부짖고 수북한 털이 조금씩 뽑힌다.

밤의 스위치를 켠 후 보이지 않는 것들. 낮의 그림자는 밤의 주인이 되어 온 동네를 기웃거린다. 고양이가 울어도 개가 짖어도 아랑곳 않고 힘차게도 기웃기웃. 가을 장마 초입에 다다른 즈음 세번의 복날을 무사히 지낸 가죽 늘어진 늙은 개의 뒷모습은 밤의 주인이 반기지 않지. 왜냐. 쓸쓸하잖아. 털갈이를 할 시기를 벗어난 늙은 개는 영 별로지. 밤이라고 축 늘어질 수는 없는 거잖아. 늙은 개는 짖을 힘이 없어. 컹컹도 아닌 겅겅. 이래서야 별 수 없지.


늙은 개의 뒷모습은 쯧쯧 소리를 안 낼 수가 없네. 곧 고꾸라질 고개를 들고 저렇게나 하염없이 기다리는 건 영 마음이 편하지가 않아서 말이지. 어쩌겠어. 습관이 저렇게 들어버린 걸. 낮과 밤의 스위치를 깜빡깜빡. 딸깍거리는 소리에도 늙은 개의 뒷모습은 미동이 없어. 아무런 미동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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