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께 바로 말하지 못했던 이유
한국에 온 이유는 부모님께 말하기 위해서였다.
도저히, 나혼자서 감당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한국에 온 지 일주일이 되었지만,
부모님께 나의 이혼을 얘기할 수 없었다.
나 혼자 한국에 잠시 왔다고 하니,
나의 부모님은...
내가 임신한 줄 아셨나보다.
그래서 인지, 평소 전화로 다짜고짜 나의 위치를 물어보던 어머니는 전화보다는 메신저를 통해 나의 동선을 물어봤다.
난 평소 아이 갖는 건 엄청난 책임이 있고, 부모님처럼 꽤 괜찮은 부모가 될 자신도 없고,
장거리 연애가 길었기에 연애하듯 더 지내고 싶어
바로 아이 가질 생각이 없다고 누차 말을 해놓은 터라
나의 아버지는...
내가 평소와 달리 너무 우울해하고, 전화할 때마다 우니,
내가 원치 않은 임신이라도 덜컥하신 줄 알셨던 거 같았다.
어머니와 달리 아버지는 한국에 도착한 날 이후
매일 밤 저녁에 1분씩이라도 전화를 거셨다.
'혹시 몸에 안 좋은 술을 마시고 있는 건 아닌지..'
'혹시 너무 덥진 않은지..'
'혹시 너무 덥다고 에어컨을 너무 크게 틀고 있는 건 아닌지..'
'혹시라도 모를 자신의 손주에 해가 되는 일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혹시 돈이 모자라 먹고 싶은걸 못먹는건 아닌지...'
나를 향한 걱정, 근심, 그리움 뿐이셨다.
저녁마다 연락받은 탓에.... 뵙고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아.. 일주일을 미루고 미뤘다.
그냥... 말하지 말까?
이혼하지 말까?
나만 괜찮으면 되는 거 아닌가?
나만 모른척하면... 아는 사람 몇이나 된다고...
"내가 아는데, 괜찮을까?
나는.. 아는데... 괜찮을까?"
근데, 정말 나 혼자 감당 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힘들고 슬프고 가슴이 찢어질거 같았다.
나를 배 아파 낳아준 그리고 사랑으로 키워준 이 분들은 나의 아픔, 슬픔 그리고 고통을 덜어 줄 수 있지 않을까?
이 기억을 없앨 방법을...알려주시지 않을까?
늘 그렇듯, 날 지켜주시지 않을까? 도와 주시지 않을까?
이기적이게도... 다 큰 어른이 되어, 어른인척 하면서 새로운 둥지를 틀겠다고 나갔는데....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비참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난 너무 괜찮지 않아서...
다시 부모님의 둥지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