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에 앉아 있었다..

공황장애, 수면장애 라니...

by 권두팔

멘탈 하면 ‘나’,

‘나’ 하면 ‘멘탈’이었다.

물론 오타니처럼 돌부처까지는 아니지만

나는 웬만한 일에는 잘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초등학교 운동회때 달리기 시합에서는

출발선에 서는 순간이 가장 설렜다.

1등을 기대한 적은 없었다. 그렇게 달리기를 잘하지 않았다.

그냥 끝까지 뛰어

결승선에 도착하는 게 좋았다. 그냥 환영받으면서 끝나는 그 순간이 좋았던거 같다.

시험 보는 날도 그랬다.

괜히 긴장하지 않았고

시험을 치르고 나면 늘 후련했다. 역시 시험을 잘 보진 않았다.

대학교 4학때도 토익 시험 전날 과음해서

시험 당일 아예 못 일어났을 때조차 “내 잘못이지.”

하고 다시 잠들 수 있는 사람이었다.

긴장을 잘하지 않아서 회사 면접에서도 종종

‘무성의하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하지만 나는 늘 이렇게 생각했다.

연습이라고 생각하자. 안 되면, 다음엔 소비자로 내가 온다.

영원한 갑과 을은 없다고.

그리고

결혼식 전날에도 나는 치킨을 시켜 먹고 잠도 잘 잤다.

물론 결혼식 당일엔

청심환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떨지 않고 잘 치뤘다(?)


이렇게 잘 긴장하지 않는건 아빠의 정신교육이 컸다.

아빠는 늘 “모든 건 정신력이다. 그리고 잘먹고 잘 싸고 잘 자야 건강한 정신력을 가진다. 실수 할 수 있다.정신만 똑바로 차려라. 먼저 인간이 되자” 등등 아빠의 이런 교육하에

나는 강한 멘탈로 성장했다.

‘그럴 수도 있다.’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자고 나면 괜찮아진다.’

그래서 나는

웬만하면 툭 털고 잠들었고,

다음 날 후회할지언정

밥도 잘 먹고, 잠 만큼은 늘 잘 잤다.

잠을 설친 날도 손에 꼽을 정도로

나는 건강한 사람이었다.


그런 내가

잠을 못 자서 수면제를 받으러 정신과에 앉아 있었다.

“언제 돌아오셨어요?”

선생님은

내가 아직 캐나다에 있을 거라 생각한 눈치였다.

나 : “3일 전에요.”

“시차 적응 중이겠네요. 약은 다 드셨어요?”

나 : “시차 적응을 할 만큼 잠을 자지 못해서…잘 모르겠어요.”

“지금 기분은 어때요?”

나 : “몽롱해요. 숨은 가끔 못 쉴 거 같을 때가 있어요. 특히 자다가 물속 같이 느껴질 때가 있어요.

여전히 꿈같고, 제가 캐나다에 있었던 게 맞나 싶어요. 잠을 자고 싶은데 잠이 안 와요. 자면 숨을 못 쉬겠어요. 자다가 늘 공기가 부족한 느낌이 깨요.”


“머리가 아직 과부하 상태 같아요. 약 부작용은 없었어요?”

나는 잠시 망설이다 말했다.

나 : “술이랑 같이 먹지 말라고 하셨는데…같이 먹은 적이 있어요. 현실 같았는데, 꿈이더라고요.”

선생님은 단호해졌다.

“그건 정말 위험해요.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그렇게 드시면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어요.”

그리고 덧붙였다.

“지금 마음은 이해하지만 본인을 조금 더 아껴야 합니다.”

나 :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많이 야위셨어요. 체중 재본 적 있어요?”

나 : “한 7kg 정도 빠진 것 같아요.”

“지난번 방문이 한 달 반 전인데 그 사이에 그렇게 빠졌어요?”

나 :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원래 체중 변화가 없는 편이라 더 크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음식이 거부되거나 역겹게 느껴져서 그런건가요?”

나 : “아니요. 그냥 배가 고프지 않아요. 목도 마르지 않고요.”

“그래도 식사는 하면서

약을 드셔야 해요. 우울감은 여전한가요?”

그 질문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눈물이 터졌다.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같이 지낸 한 달 동안

희망보다 실망이 더 많았다고.

왜 바람을 피웠는지,

내가 몰랐으면 어떻게 했을지,

그 여자와의 관계를 묻기만 하면

그는 화장실로 도망가거나,

바닥에 드러눕거나,

노래를 틀었다.

내가 상처받을 행동만 골라서 했다.

결국 따로 살자고 했고

일주일 만에

그는 다른 집으로 나갔다.

나가면서

집 안의 모든 물건을 가져갔다.

내가 사준 옷과 신발,

무스비 틀, 젓가락, 컵, 커플가방, 집게까지.

이사 전날엔

하루 종일 세탁기와 건조기를 돌렸다.

정말 하루 종일.

선생님은 조용히 말했다.

“대화를 피하려 한 것처럼 들리네요.”

그 말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왜... 피했던 걸까.... 피해자는 난데...


그날 수면과 공황장애 관련 약을 처방받았다.


그날밤 나는 약을 먹고

30분 만에 잠들었다.

그리고 정확히

4시간 뒤에 깼다.

그래도

4시간은

정말 잘 잤다.


내일은 정말 아빠에게 말하러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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