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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앤쿨 Jan 28. 2022

육아 힐링이 된 그림 육아일기

디자인을 복수 전공한 문과생

2020년 5월.

아이 둘을 재운 뒤 마음속으로 육퇴를 외치며 즐거워하고 있던 때,

내 다리를 애착 인형 삼아 꼭 끌어안고 잠든 두 딸의 모습이 사랑스러워 남겨두고 싶어 찰칵 사진을 찍었다.

그러다 무언가에 홀린 듯 그 자리에서 내 휴대폰(갤럭시 노트 10)으로 따라 그려 본 게 그림 육아일기의 시작이 되었다. 육아에만 집중하던 일상에서 문득 그려본 육아 그림일기를 인스타에 업로드했고 디자인을 전공한 친구가 좋다며 칭찬을 해준 댓글이 또 힘을 보태주어 꾸준히 그리게 된 것이다.

그렇게 그림 육아일기를 그린 지 벌써 1년이 넘었고

이제 2년을 바라보고 있다.

지금도 갤럭시 노트 10으로 그리고 있고

 좋은 툴과 장비로 잘 그리고 싶다는 욕심도 생기지만

짧게 짧게 틈나는 대로

항상 옆에 있는 휴대폰으로 손쉽게 그리다 보니

실력은 그대로인 것 같지만

그래도 그 순간순간들이 여전히 나에게는 큰 힐링이 된다.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면 공감해주고 소통하는 육아 인친들이 있어서 더 큰 힐링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육퇴 후 드라마 한 편과 때론 즐거운 야식과 함께 그림 육아일기는 나의 육아 힐링 템이다.



그림을 그리는 것. 펜을 잡는 것.

미술과목은 내가 국민학생 시절부터 참 좋아했던 과목이다.

어릴 적, 특기에는 "재활용품으로 만들기"를 쓸 정도로

무언가 만드는 것도 좋아해서

내 책상 서랍에는 항상 빈 상자나 여러 모양의 통들, 만들기 재료들이 가득 들어있었다.

손 끝이 야무진 편은 아니지만

뚝딱뚝딱 만들고 완성해내는 기쁨이 있었고

무언가 만들면서 몰입하는 그 시간이 좋았다.

물론 좋아하니까 몰입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도 미술과목을 좋아했고

교과우수상을 받을 때도 항상 미술과목이 있었다.

그러나 입시미술을 하고 본격적으로 미대 입시를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미대를 준비한다고 하면 뭔가 돈이 많이 들 것 같고

내가 가려는 일직선 길에서 벗어난다는 생각이 들었던 걸까.

나는 그냥 막연히 문과를 가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문과를 선택했는데

대학교 과를 선택할 때는 수시도 정시도 생활과학대를 지원했다. 생과대의 의류학과는 내가 좋아하는 미술과도 어느 정도 연관이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는 유일하게 지원했던 언론영상학과에 가게 되었다.

1학년을 보내고 나서 복수전공을 하거나 심화전공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복수전공을 할 생각으로 그때도 고민하다가 디자인학과의 문을 두드렸다.

처음에는 언론영상학과와 연관이 있어 보이는 시각디자인학과의 문을 두드렸지만 교수님께서 승낙해주시지 않아 포기했고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님께서 오케이 해주셔서 복수전공으로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입시미술도 안 한 학생이

디자인을 복수전공으로 하고 싶다고 찾아오다니

좋지 않게 보였을 것 같기도 하다.

디자인학과 학생들도 같은 느낌이었을 것 같다.

더군다나 조별과제도 꽤 있는데 같은 조 하기 거부감이 있었을 것 같은데 그래도 그때 잘 대해준 동기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그렇게 산업디자인도 복수전공으로 하며

과제한다고 밤샘 작업도 많이 하고 나름 재미있게 학과 생활을 했다.

졸업 후 취업한 부서도 비록 홍보 관리직이었지만 디자인을 하며 익혔던 프로그램 툴들을 활용할 수 있어 업무에도 도움이 되었다.


이렇게 미술, 디자인은 내가 계속 이어가고 싶은 연결고리 같은 게 있는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니 아주 어린 시절부터 나는 미술을 좋아했다. 좋아하니까 꾸준히 할 수 있는 것 다. 육퇴 후 집안일만이 아닌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 기다리고 있다는 게 때로는 기쁘기도 하다. 돌고 돌아온 듯 하지만 엄마가 된 후 결국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게 되었다. 여기에 더해져서 콘텐츠는 사랑하는 내 아이들이다. 내가 재미있어하는 것을 내가 좋아하는 콘텐츠로 채워나가니 이보다 더 즐거울 수 없다. 


아이들이 자랄 때까지 그림 육아일기는 계속하고 싶다. 그리고 책으로 만들어 아이들에게 선물해주고 싶다.

이 책이 때론 추억으로 때론 삶의 큰 힘이 되어주기를 바라며 나에게도 아이들에게도 따뜻한 책이 될 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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