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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사서 Feb 13. 2020

2. 현실적인 결혼식 준비

결혼식은 나만의 것이 아니다에서 시작한 준비

결혼은 온전히 나의 삶이었지만, 결혼식만큼은 나만의 것이 아니다에서 출발했다.


결혼을 인생에서 덜어냈던 나에게 결혼식에 대한 로망이 있을 턱이 없었다. 

로망까지는 아니고, 만약에 결혼이란 걸 하게 된다면 작고 간소하게 하고 싶다가 작은 바람이었달까.


처음부터 결혼식은 나의 결혼식이 아니었다. 


우리의 결혼식이고, 우리 가족의 결혼식이고, 양가 부모님 자식의 결혼식이었다. 




결혼식장


결혼식장을 선택할 때 하객들 위주의 고민을 했다. 일단, 맛있는 밥, 편한 주차, 동선의 편의, 단독홀일 것 이 네 가지를 중점으로 결혼식장을 탐색했고, 한 웨딩컨설팅 업체에서 몇 개의 웨딩홀의 견적을 받아 마음에 드는 웨딩홀을 정하고 단 한 군데 웨딩홀을 방문하고 홀과 상담실장의 태도가 마음에 들어 바로 계약을 하고 돌아왔다. 결론적으로 결혼식장의 선택은 몹시도 마음에 들었고, 양가 부모님께서도 마음에 들어하셨다. 


시부모님께서는 나의 결혼식에 대한 로망, 내가 호텔 결혼식을 하고 싶어 할 것이라고 생각하셔서 그러지 못한 것에 대해서 아쉬워하시긴 하셨으나, 결혼식에 오는 하객이나 그 모든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결혼 당사자 서로에게 부담이 되는 호텔 결혼식보다는 웨딩홀에서 진행한 결혼식이 우리에게는 더욱 적합했다.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스드메의 동선은 무조건 짧게 가고 싶었다. 내가 결혼한 지역이 인천이기에 인천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고 싶었다. 보통 웨딩과 관련된 패키지들은 서울 특히 청담동에 밀집되어있고, 또 서울에서 패키지로 진행하는 게 비용이 싸기도 하지만 각각 2회 이상 방문해야 하는 왕복 비용과 시간을 고려하면 절대적으로 저렴하다고 볼 수 없었다. 그래서 인천에서 할 수 있는 업체를 골랐고 인천에서 열리는 웨딩박람회에서 견적으로 받아 그대로 진행하였다. 


스튜디오 촬영을 생략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나와 예비신랑 모두 사진 찍는 것을 즐기지 않는 탓에 이번 기회가 아니면 제대로 된 액자 하나 가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심플한 스튜디오를 고르고 촬영을 진행했다.


드레스도 패키지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인천에는 다양한 토털 웨딩업체들이 있는데, 대부분 금액대가 높았다. 내가 생각한 예산 한도에서 드레스샵을 골랐고, 추가금액 없이 일반 라인에서 드레스를 골랐다. 그 이유는 수많은 결혼식을 다녀봤지만 사실 신부의 드레스가 기억나는 결혼식은 거의 없다는 게 이유다. 굳이 추가금을 들여서 드레스를 하느니, 그 돈으로 다른 무언가를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메이크업도 패키지에 포함된 드레스 업체에서 진행했다. 어차피 본판 불변. 내가 하는 것보다는 예쁘겠지가 기본적인 생각이었다. 


결과적으로 처음 해보는 결혼식이기에 비교대상이 없어서 대부분 만족했다. 스튜디오 촬영도 힘들긴 했지만 나름 뿌듯했고, 드레스도 입어보는 것에 만족하였고, 메이크업도 평소보다 진해서 어색하긴 했으나 재미있었다. 이렇게 결혼식 준비를 대충 해도 되나 싶을 정도였지만 결과적으로는 재미있게 잘 진행했다. 스드메 견적은 195만 원이 소요되었다.


여기에 원본 CD(사진의 원본을 파일로 주는 것), 아크릴 액자를 추가했다. 기본적으로 주는 액자로 받아도 되고, 나중에 파일로 아크릴 액자를 따로 제작해도 되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아크릴 액자의 경우 제작 해상도가 매우 중요해서 따로 제작 시에 픽셀의 깨짐 현상이 발생해서 오히려 크고 비싼 쓰레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파일을 아크릴 액자로 별도로 인쇄한 결혼 선배의 경우에 픽셀이 깨져 다시 촬영 업체에 의뢰하여 액자를 다시 제작하기도 했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또 그런 경우가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한복과 폐백

    

한복은 다들 돈이 아깝다는 평이 많이 있어서 대여로 하고 싶었지만, 일단 나의 체형이 일반 여성들의 체형에 비해 키가 커서 대여로는 선택의 폭이 너무 좁았고 대여 한복이 눈에 차지 않았다. 사용감이 있는 것과 한복을 입으면 자연스럽게 체형에 따라 나는 주름이 기본적으로 한복의 미라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이 입어서 그렇게 주름이 간 한복은 다림질을 하더라도 기품이 없었다. 


물론 나도 나였지만, 내 눈에 차지 않는 게 양가 어머님 눈에 찰리가 없었다. 그래서 대여보다 맞춤으로 진행했다. 한복이 스드메보다 많이 투어를 다녔다. 그래도 서너 군데였지만, 중요한 것은 한복을 짓는 원단(본견), 디자인의 스타일 두 가지를 보고 적합한 업체를 선정했고 나도 양가 어머님도 기분 좋게 맞춤으로 진행했다. 여기에 후회가 없는 것이, 양가 어머님이 결혼식 때 정말 아름다우셨다. 우아하고 기품 있었다. 나는 그게 내 드레스보다 더 기분이 좋았다.


한복은 크게 대여, 맞춤, 맞춤 대여로 나뉘는데, 대여는 대여용 한복을 1회 빌려서 입는 것이고, 맞춤은 체형에 맞게 옷을 지어서 입는 것이고, 맞춤 대여는 옷을 입는 사람에게 맞춰서 옷을 짓고 1회 입고 다시 한복점에 반납하는 것이다. 


그에 대한 비용을 대략적으로 비율로 따지자면 대여를 1로 쳤을 때 맞춤은 2배, 맞춤 대여는 1.5배를 하면 된다.


폐백은 요즘 생략하는 경우도 많이 있지만, 온전히 신부의 입장에서 보자면 진행하는 것이 더 좋다. 시부모님께서 폐백을 진행해야 신혼여행에서 쓸 경비가 충당되지 않을까 하고 제안해주셨고, 나는 처음부터 폐백은 시부모님의 뜻에 따르기로 결정을 했기 때문에 그 뜻을 그대로 따랐다. 


폐백 음식의 경우 다 먹지 않는 경우도 많고, 허울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쨌거나 음식이기에 맛이 첫 번째로 중요한 결정 요인이었고 먼저 결혼한 친구들의 추천을 받아 시식 후에 업체를 결정했고 그 결과 폐백음식도 결혼식 뒤풀이로 시댁에서 모두 소진될 만큼 맛도 있었고, 사돈댁에 신경 써서 준비를 했다며 칭찬도 들었다.


예복 맞춤


신랑과 양가 아버님 예복은 처음부터 맞출 생각이었다. 기본적으로 정장은 평상복이 될 수도 있고, 한번 입고 반납하는 드레스와 달리 평생 가져갈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예복에 돈을 아낄 생각이 처음부터 없었다. 남편은 예복과 신발에 약 120만 원 정도 소요되었고, 양가 아버님 예복은 두벌에 110만 원 정도였다. 그런데, 시아버님은 극구 사양하셔서 신랑과 친정아버지 두명만 예복 맞춤을 진행했다.

신랑은 기성복으로 하고 싶어 했지만, 굳이 맞춤으로 진행했다. 결혼식 촬영에 턱시도 대여비, 턱시도 예복에서 일반 정장으로 리폼해주는 것 등 결혼식 예복 맞춤만의 서비스가 포함된 금액이다. 신랑은 아직도 기성복으로 할 것을 아쉬워하지만, 친정아버지의 예복은 맞춤으로 하길 참 잘한 것 같다. 비슷한 연령의 성인을 기준으로 체형이 매우 마르고, 키가 크고, 살짝 등이 굽은 체형을 맞춤 예복으로 커버할 수 있었고 기본적인 재질이나 품질도 일반 기성복보다 나았다고 본다.

만약 체형이 일반적인 경우에는 기성복도 좋겠지만, 키가 크거나, 살이 쪘거나, 혹은 너무 마르거나, 키가 너무 작을 경우에는 맞춤 예복으로 어느 정도 보완이 가능하다. 상황에 따라 선택하면 좋을 것 같다.


신혼여행


약 2년의 연애기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연애기간 동안 함께 해외여행을 간 적이 없어서 우리의 첫 해외여행이자 신혼여행이었다. 휴양이나 관광이냐, 유럽이냐 휴양지냐 여러 가지 선택지가 있었지만 나의 여행 스타일은 휴양이 가까웠고, 또 신혼여행기간이 일주일 남짓으로 짧아 유럽으로 갈 경우 비행기에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 길었다. 그래서 결국 신혼여행지는 휴양지로 결정했고, 휴양지 중에서 음식이 맛있는 태국으로 결정했다.


해외여행에 대한 경험도 내가 더 많고, 해외여행의 경우 자유여행으로 주로 갔었기 때문에 신혼여행도 자유여행으로 진행했다.


항공권, 숙소, 여행 동선도 다 진행했다. 


항공권은 타이항공으로 2명에 왕복 82만 원 정도 소요되었고,

숙소는 방콕에서 1박, 크라비에서 4박인데, 크라비에서 2박은 풀빌라, 2박은 일반 호텔로 잡았다. 

약 178만 원 정도 소요되었다. 방콕에서 픽 드롭, 크라비에서 픽 드롭, 크라비 투어 등은 미리 한국에서 결제하고 진행하였다.


만약 같은 내용으로 신혼여행 패키지 투어를 했다면 1인당 200 정도의 견적을 받았겠지만, 전체 다 진행하고 300만 원 대로 구성하였고, 나머지는 여행비용으로 조금 더 여유 있게 썼다.


보통 하와이, 몰디브와 같이 유명한 신혼여행지의 경우 1인당 500만 원 정도, 2인 1000만 원 정도의 패키지 비용이 형성되어있는 것으로 안다. 내가 자유여행으로 신혼여행을 간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후회할지도 모른다고 하기도 했는데, 결과적으로 후회도 없고 너무나도 즐거운 신혼여행이었다. 비용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많은 것들을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의 반려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나눌 수 있다는 점이 너무 좋았다. 


개인적으로 신혼여행을 남들이 가는 곳으로 틀에 찍어낸 듯이 가지 않고, 둘이 대화를 많이 하고 숙소도 고르고 하면서 정말 여행 가는 느낌으로 진행했던 게 그 과정 자체도 즐거웠다. 


요즘은 워낙 어플도 잘되어있고, 정보도 많아서 정말 얼마든지 여행설계는 스스로 할 수 있는 것 같다.  


전체 결혼식과 신혼여행에 소요된 비용은 1,300만 원 정도이다. 그런데 여기에 기타적으로 작은 돈들이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포토테이블에 아크릴 액자, 촬영 진행 시 간식비, 청첩장을 돌리면서 드는 외식비 등 그 돈이 또 작지가 않다.


적은 돈은 아니지만, 결혼식에서 많은 부분 덜어내고, 신혼여행을 직접 자유여행으로 기획하면서 많은 부분 절약된 부분이 있었다. 결혼식에서 절약하는 방법은 가장 일반적인 방법으로 결혼식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게 기본적으로 공급자들이 많아서 가격이 저렴하기도 하고, 거기서 선택지도 많다. 


결혼식을 하다 보면 조금만 더 보태면 더 좋은 것을 할 수 있고, 퀄리티도 높아지고 그렇게 십만 원 십만 원 추가하다 보면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 현실적으로 하루의 이벤트에 소요되는 비용보다는 둘의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신혼여행에 투자하고, 앞으로 더 가꿔나갈 집을 꾸미고 채워 넣는데 투자하는 게 개인적으로는 더 좋았다.


결혼식 예산 배분은 선택과 집중


각자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집중하고, 중요하지 않은 것은 과감히 덜어낼 필요가 있다.

또 중요한 것은 신랑과 신부의 밸런스 신랑의 예복과 신부의 드레스는 너무 갭 차이가 나지 않도록,

어머님의 한복과 아버님의 예복도 밸런스를 맞출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결혼식에 소요되는 예산은 신랑과 신부가 협의하에 적절히 부담하도록 하고, 향후 경제권을 어떻게 가지느냐에 따라 예산 운영에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나의 경우에는 그냥 나의 결혼자금으로 결혼에 소요되는 모든 비용을 부담했다.  왜냐하면 결혼 후 모든 경제권을 합쳐서 내가 가지기로 했고, 돈이 남든 부족하든 어차피 같이 벌어서 채워나가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게 진행했다. 그러다 보니 더 싸울 일이 없었고, 내가 원하는 대로 계획할 수 있었고, 머리 아프게 재고 따질 일도 없었다. 


결혼 준비 과정에서 단 한 번의 싸움도 없이 내가 정한 것에 신랑이 따라줬고, 그 믿음으로 무사히 결혼식을 치를 수 있었다.


그 과정 자체가 즐거웠다. 

그런 세계를 알게 되는 것도 재미있었고, 둘만 공유할 수 있는 그런 골치아픔이 나름 우리에게 약이 되어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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