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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사서 Feb 22. 2020

남편의 향기

방귀쟁이랑 살아가기

01

남편은 지독한 방구쟁이입니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갑자기 버럭 하면서 방귀를 텄지요.


"나한테 왜 그래?"


모른 척하더니 자기가 자기 방귀 냄새에 화들짝 놀라 미안하다고 사과하더군요.


그렇지만, 순간적인 파워만 강할 줄 알았지,

이렇게까지 지구력이 있는 방귀는 처음 봤습니다.


다행히 8시간 정도이면 분해되는 모양입니다만,

4~5시간은 버티나 봐요.


02

그래도 전 마지막 희망으로 방귀 냄새가 이렇게까지 오래 갈리 없다! 마음을 다잡고 혹시라도 남편이 일찍 집에 왔나 찾아보았습니다.

방구쟁이기만 한건 아니고 똥쟁이기도 하니까요.


화장실에서 "똑똑 똑똑~ 나랑 눈사람 만들래~" 드립을 쳐보았지만 역시나 남편은 출근한 지 오래였습니다.


혹시나 숨어있나 아무리 찾아봐도 남편은 집에 있지 않았습니다.


정말 방귀 냄새가 5시간 살아남은 것이었어요.

03

충격적이었지만 웃기는 일이라서 남편이 퇴근할 때까지 꾹 참고 기다렸지요.


"여보! 오늘 퇴근했는데 여보 방귀 냄새가 아직도 나는 거 있지? 진짜 우리 여보 방귀 대단해~!"

"거짓말하지 마!! 그럴 리 없어!!"

"아냐 진짜야! 정말 오빠의 방귀 냄새가 났다니까!! 대단했어 정말!! 오자마자 탈취제 엄청 뿌렸잖아."

"....... 아니야 그럴 리 없어!!! 너는 거짓말 쟁이야!!!"

"아니! 진짜 진짜! 완전 사실!!!"

"우 씨 나 밥 안 먹어!!!"

"에이 빨리 밥 먹자 이제!!"

조금 삐질랑 말랑해서 거기까지 놀리고 열심히 저녁을 먹었어요.


04

그리고 다음 날 아침상을 차리고 남편을 깨웠지요.

05

잠에서 덜 깬 남편이 비몽사몽간에 투덜 댑니다.


"안 먹을래~ 어차피 먹어봤자 방귀나 뀌겠지 나는 방귀 만드는 기계니까. 먹어봤자 방귀만 뀔 거야. 똥꼬를 꼬매야 하나...."

"까불지 말고 아침 드세요."

"넵!"


벌떡 일어나 밥을 먹었습니다.


평화로운 아침이었어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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