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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사서 Mar 24. 2020

6. 겜돌이와 같이 산다는 것

게임이야? 나야?

"게임이야? 나야?"

"너!"


맨날 대답은 저렇게 하면서 저녁을 먹고 나면 쭈뼛쭈뼛 거리다 말을 한다.


"나.. 게임해도 돼?"

"그래! 해라 해!"




연애 때부터 남편은 PC방을 잘 다녔다. 


게임을 좋아하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또 많이 할 것이란 것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현실에선 가끔 섭섭하다. 연애 때는 힘든 와중에도 잠시나마 잊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이라 그저 이해하자 했고, 나름의 취미생활이라 그 시간에 나도 내 취미생활을 즐기면 된다고 조금 이상주의자처럼 생각했던 것 같다.


결혼을 하고 나니, 뭔가 그게 잘 되지 않는다.

물론 외식이나 데이트를 제안하면 그날은 게임보다 내가 우선이긴 하다.

 

그냥 일상이 문제인데 내가 자꾸 남편한테 추근덕(?) 거리게 된다. 같이 이야기하는 시간도 많았으면 좋겠고 도란도란 같은 것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든다. 그러다 보니 게임하고 싶어서 쭈뼛거리는 남편을 볼 때마다 밉고 야속하다.


나는 정말 게임에는 관심이 하나도 없는 사람이라서, 핸드폰에 가벼운 게임을 깔았다가도 한 달이 채 되지 않아서 지워버리곤 한다. 끈기도 없고, 무기력하게 흘러가는 시간도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남편이 게임을 하러 자기 방에 쏙 하고 들어가고 나면 나는 거실에서 혼자 TV도 보고, 책도 보고, 핸드폰도 보고 시간을 그냥 허비해버리는데 그러다 보면 문득문득 화가 자꾸 나려고 한다. 


"맨날 게임만 하니까 참 여보가 밉다."

"왜에~ 게임해도 된다고 했잖아~"


바로 그게 문제다. 쭈뼛거리는 모습에 그만 마음이 약해져서 "그래! 해라 해!" 하는 순간 남편에게는 게임 면죄부가 부여된다. 이런 약아빠진 멍청이 같으니라고!!


그래서 가끔 "안돼! 게임하지 마! 나랑 놀자!" 하면 또 도란도란 같이 TV도 보고 같이 시간을 보내는데,

막상 같이 하는 취미가 없고, TV를 보는 취향도 달라서 같이 TV를 보는 시간도 막상 생산적인 시간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꾸벅꾸벅 조는 남편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결국엔 항복하며 "자지 말고 가서 게임이라도 해"하게 된다.


결국은 타협점을 찾아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내가 관종 모드가 되면 그날은 게임을 하지 마!"

"그게 뭔데?"

"그냥 남편한테 관심받고 싶은 날이야. 그 날은 나랑 놀아."

"그래그래~"


관종에게 관심을 줘야 무럭무럭 자라난다. 

특히 아직은 남편의 관심이 필요한 신혼 5개월 차 나는 아직 남편의 관심이 필요하다.




게임하다 죽어있는 남편을 발견하면 헤드셋을 살짝 열고 귓속말을 한다. "오... 또 죽어있는데~ 맨날 죽는데!!"

"우 씨.... 너어!!!!" 약이 올라 엄청 째려본다.


한참 게임할 때는 배틀그라운드 랭커이기도 했다는데, 요즘은 맨날 죽어있는 편이다.

그래서 놀리는 맛이 있다.


"오빠 그리고 너무 신나 하면서 게임하지 마. 그럼 내가 너무 약 오르니까. 시무룩하면서 게임해!"

"그게... 뭐야...ㅠㅠㅠ"


어쩌면 시무룩하면서 게임해서 그런 거 같기도 하다. 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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