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2: 너네들 월급 다 받지?

by 호치담

코로나 19가 한창 기승이던 3월말 즈음 주말 퇴근 2분 전 전화가 왔다. 뭔가 느낌이 이 전화를 받으면 퇴근은 늦어지겠구나라는 생각이 왜 들었는지 모르겠다. 그냥 그런 느낌이 들었다.


"여보세요? 아직도 도서관 문 안 엽니까?"

"네. 코로나 19 심각 단계 격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현재 휴관 중입니다."

"지금 두 달째 문 닫고 뭐 하는 겁니까? 예? 그러면서 거기 계시는 분들 월급은 다 받죠?"

"2월 25일부터 딱 한 달 정도 되었고요. 현재 대면 서비스를 제외한 다른 업무처리를 위해서 전체 직원이 주 5일 정상 근무하고 있습니다."

"아니. 문 걸어 잠그고 안에서 노가리나 까고, 간식이나 까먹으시겠지요. 내가 다 봤는데 말이야."

"지금 현재 비대면 대출서비스로 야간 예약대출도 운영 중이고, 정상적 개관 시 정상적 서비스를 진행하기 위해서 도서 구입, 정리, 서가 정리, 반납되는 도서 정리, 문화행사 준비 등 다양한 업무는 정상적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휴관 기관에 환경정리를 위하여 다양한 가구 구입과 교체 시설 정비 작업도 함께 수행하고 있습니다."

"아니. 내가 어제 00 도서관(다른 도서관)을 갔는데 창문으로 다 보이더라고, 과자 까먹고 노가리 까고 있더라고!"

"그 도서관은 저희와 무관한 도서관입니다."

"좀 정도껏 해야 말이지. 요령도 없이 다 들여다 보이는데서! 어?! 문 걸어 잠그고 그 안에서 뭘 하는지 내가 어떻게 아냐고!"

"현재 00 도서관(우리 도서관)에서는 SNS를 통해 업무 전부는 아니지만, 진행되고 있는 사업과 경과 등에 대해서 알려드리고 있습니다."

"아니 그 SNS 이런 거나 하는 사람들이나 알지. 나는 그런 거 모르고! 문 걸어 잠그고 아무것도 안 하면서 월급이나 다 받아가는 거 같아서 동네 사람들도 다 이제 화가 나고 있다고!"

"이용자님 답답하신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저희도 정상 개관하고 서비스 진행하고 싶어요. 그런데 현재 국가 및 지자체에서 다중이용시설 운영에 대한 지침에 따라 운영하고 있고, 이용자의 안전을 위한 조치이니 조금만 양해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혹시 이용하고 싶으신 서비스가 있으셔서 그러시는 건지요."


전화를 하자마자 불만을 쏟아내던 이용자에게 환기가 필요했다. 전화한 이유, 목적을 여쭤보았다.


"아니 이런 시국에 책이라도 보게 해 줘야지 말이야."

"이용자님. 현재 야간 예약대출 기를 통해서 하루 전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시면 야간 예약대출기에서 책을 대출하실 수 있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아니! 휴관한 지 한 달이나 돼서야 하는 거 아니야?"

"도서관 개관 이래 10년째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이고요. 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운영하던 서비스인데, 현재 비대면 대출 서비스로 이용자분들이 이용하고 있는 서비스라 안내해드렸습니다."

"그거 DVD도 됩니까?"

"안타깝게도, 책에는 도서 정보를 담고 있는 RFID칩이 부착되어 있어 기계대출이 가능하지만, DVD의 경우 장비의 부착이 불가한 자료의 유형이라 도서만 대출서비스하고 있습니다."

"나는 책 보다 DVD가 대출받고 싶은데, RF 뭐 그거가 부착 안돼서 안된다고요? 방법을 만들면 되지 않겠습니까?

"현재는 무인장비 대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출 나가기 전, 반납받은 후 책 소독을 함께 실시를 통해서 안전하게 자료를 제공하기 위해서입니다. 저희도 열람서비스를 못 하더라도 대면으로 대출서비스라도 진행하고 싶어서 준비했지만,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하여 준비하던 서비스도 제공을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불편하시겠지만 조금만 양해 부탁드립니다."

"아니! 안 하려고 하면 1000가지 이유야 없겠습니까? 그래도 하려고 하면 할 수 있지 말이야. 그 도서관만의 서비스를 개발해보세요. 어? 계속 다른 곳 핑계 대지 말고 말이야."

"의견 주신 사항 다음 주 중에 관장님과 직원들에게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서비스의 가능 여부는 다양한 이유로 불가할 수도 있습니다."

"의견 전달해주시고, 꼭 가능하게 좀 해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수고하십니다. 고맙습니다."




민원의 경우 감정이 앞서는 민원인 경우에는 오히려 감정적으로 함께 공감해주고 위로해주는 것이 먼저다.

반면에 느끼는 불편을 해소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한 경우에는 가능하도록 해결할 방안을 찾는 것이 먼저다.


전혀 상식 밖의 민원이 아니라면 이 두 가지의 대응으로 대부분은 민원인의 화가 누그러진다. 일관적인 태도와 합리적인 대응은 육아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민원인을 응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화를 내고 욕을 한다고 해서 도서관에 적용이 불가한 민원을 수락할 수 없다. 또 바라는 바가 명확하더라도 예산적 상황과 물리적 뒷받침이 되지 않으면 또 그것 또한 불가하다.


도서관에서 민원을 무조건 불편하게 여기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민원이 제기되었을 때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안에서 찾을 수 없는 문제를 실제로 이용하는 이용자들이 찾아주고 해결을 도와주기도 한다. 하지만 감정이 앞선 민원은 서로의 감정과 시간을 앗아가는 게 더욱 크다.


민원은 비난이 아니라, '원하는 바를 요구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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