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당신이 도서관에서 서비스받는 사람이 사서가 아닐지 몰라요.
저희 도서관을 이용하시는 아주 점잖은 노신사 이용자께서, 이사를 가시게 되어 집 근처에 있는 다른 도서관을 방문해서 데스크에 앉아있는 직원에게 부탁을 하셨답니다.
"걷기에 대한 책을 추천받을 수 있을까요?"
"저기 검색대에 가서 검색해서 찾아보세요."
생각지도 못한 반응이었죠. 저희 도서관을 이용할 때는 "책을 다섯 권 추천해주세요. "하면 이용자의 이력을 검색하고 거기에 맞춰서 책을 찾아드리거든요. 그럴 때마다 고맙다고 말씀해주시고, 참 친절하다며 칭찬도 아끼지 않으셨어요.
어느 날 저를 불러내시더니 이런 한탄을 하시는 거예요.
"집이 가까워서, 집 근처 도서관을 갔는데, 거기서 책을 찾아달라고 하니까, 검색대 가서 찾아보라는 거야. 내가 이것을 문제 삼아도 될까? 사실 화가 많이 났었는데, 참고 돌아섰어요. 다음에 또 그러면 참지 못할 것 같은데 어떡하지? 권사서."
"어르신, 아마 어르신을 응대한 사람이 '사서'가 아닐 거예요. 많은 도서관에서 데스크에 사서를 앉혀두고 근무를 할 여건이 되지 않거든요. 그러다 보니 이용자를 응대하는 서비스가 미흡했던 것 같아요. 화 푸시고, 조금만 이해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만약에 그 자리에 앉아있던 사람이 '사서'라도 사실 부인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 도서관은 정규직 사서 3명과 다수의 공무직들이 운영하고 있는 도서관인 것을 알고 있거든요. 그 도서관에서 이용자를 직접 대면하는 자리는 아마도 사서가 앉아있을 여력이 되지 않을 거예요. 정보를 제공하는 전문가인 사서가 아닌, 데스크에서 대출과 반납을 반복적으로 하는 경우 도서관 운영요원을 앉힐 수밖에 없는 여건이죠. 도서관 운영요원은 공익 근로자, 자원봉사자, 아르바이트 및 계약직 직원 등 누구든 앉을 수 있어요. 단순히 도서의 대출과 반납은 사실 저보다도 기계가 실수 없이 더 잘할지도 모릅니다. 정보를 요구하는 이용자와 인적 소통과 교류를 할 수 있을 만큼 정보력을 갖추고 거기에 맞춰서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 사서가 안내데스크에 앉아있어야 합니다.
'화장실이 어디예요?'와 같이 위치를 지시해주는 단순 질의는 도서관 운영요원이 담당할 수 있겠지만, '책을 추천해주세요.'와 같은 독서상담의 단계는 사서가 데스크에 앉아있어야만 가능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에 가서 질문을 하지 않으시잖아요. 질문이 없으면 이 둘의 차이를 느끼기 어렵습니다. '사서'가 도서를 대출해주는 것과 '도서관 운영요원'이 대출해주는 것은 사실 차이가 없거든요. 요즘은 많이 있는 '무인대출반납시스템' 기기나 장비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고요.
내가 이용하고 있는 도서관에 '사서'가 앉아있는지, '도서관 운영요원'이 앉아있는지는 다가가서 질문을 해보세요. 가볍게 도서의 추천도 좋고, 지역에 정보라든가, 다른 도서관의 이용 내역이라던가. 막힘 없이 술술 이야기한다던가, 적어도 해당 정보를 찾으려고 인적 소통을 시도한다면 그 사람은 '사서'일 가능성이 높고요. '직접 검색해보세요. 검색대에서 찾아보세요.'라는 대답이 나온다면 아마 그 사람은 '사서'가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것을 정보서비스라고 합니다. 이용자의 정보 요구에 따라 적절한 답변을 제공하는 것, 거기에는 이용자의 정보 요구가 표출되어야 하죠. 직접 얼굴을 맞댄 질문이든,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질문이든, 그 무엇이든 일단 사서에게 그 정보 요구가 닿아야 합니다. 정보 요구가 있었으나 답변을 얻는데 실패하게 되는 경험이 쌓이면, 이용자는 질문을 하지 않게 됩니다. 아마 지금 우리 공공도서관이 위치한 지점일 거예요. 이용자들이 정보 요구를 하더라도 답변을 해줄 '사서'가 부족합니다. 이용자들은 정보 요구를 표현하더라도 적절한 답을 얻지 못하고 실패한 경험이 쌓였을 테고, 결국 질문을 잃어버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데스크에 사서가 앉아있든, 도서관 운영요원이 앉아있든 상관없는 지경에 이른 거지요. 도서관에 앉아있는 사서에게 질문을 해주세요. 소소한 일상의 질문도 좋고, 과제를 해결하다 막힌 부분도 좋습니다. 당신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함께 찾아주고 당신이 원하는 응답을 얻을 때까지 노력할 거예요.
그게 공공도서관과 이용자가 소통하고 교류하는 방법입니다. 어떤 일이든 친해야 재미있잖아요.
친한 건 참 좋은 거예요.
공공도서관과 친해져 보세요. 당신이 원하는 정보에, 그리고 꿈에 훨씬 다가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이것은 거의 확신에 가까운 확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