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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사서 Dec 13. 2019

책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으세요?

전집 대신 한 달에 한 번 서점 나들이 어떠세요?

"사서님, 저희 애가 맨날 만화책만 읽어요. 다른 책도 좀 읽었으면 좋겠는데, 다른 방법이 있을까요?"

"저희 애가 책 읽는 걸 너무 싫어해요. 본보기로 제가 책을 곁에서 읽어도 읽지를 않아요."

"저는 저희 애가 학교 공부에 충실했으면 해서 중학교 들어가면서부터는 책을 읽지 말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그게 잘못된 것이었나 봐요. 아이가 책을 읽지 않으니까 사고가 점점 얕아지는 것 같아요."




사서라는 이유로 아이들 독서교육에 대한 문의를 많이 받습니다. 


사서인 저도 울면서 일 때문에 책을 꾸역꾸역 읽을 때도 있습니다. 또 책을 잔뜩 사놓고 읽지는 않고 책 표지만 바라보면서 뿌듯해할 때도 있고요. 어떻게 하면 책을 잘 읽는 아이로 키우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아이를 낳고 임상실험에 성공하면 자신 있게 '아이가 책을 좋아하게 만드는 법'을 알려드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확실히 지금은 때가 아닙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 왜 책 읽기를 싫어하게 됐는지는 알 것 같습니다. 그것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우리 아이들 마트 가는 것 좋아합니다. 마트 가면 좋아하는 장난감도 있고 간식거리도 많이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마트가 무엇인지 모르는 아이들도 마트를 좋아할까요? 마트를 가보고 거기에서 재미있는 장난감도 있고 간식거리도 있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데, 책 읽기를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고 하시면서 아이들과 서점을 가보 신적은 있으신가요?


"집에 책이 아주 많아요. 집에 있는 책도 읽지 않는데 서점을 가려고 할까요? 저희 애는 서점 가는 것도 싫어하거든요."


네. 단언컨대 집에 책이 아주 많은 게 문제입니다.


시선을 압도하는 100권 200권짜리 전집이 있는게 문제입니다. 책장 가득히 심지어 책 크기도 표지도 비슷비슷한 전집을 아주 많이 사놓으시고, 아이들한테 읽어라 읽어라 하신단 말이에요. 전집이 있었던 어른들에게 묻고 싶네요. 어릴 적 그 전집을 다 읽으셨는지, 또 그 전집을 사랑하셨는지, 그때 읽은 책을 기억은 하시는지 묻고 싶습니다.


아마 전집을 사주시는 이유가 있으실 거예요. 첫 번째로는 입소문 남들이 좋다니까. 두 번째로는 어떤 책이 좋은지 모르니까. 혹은 내가 사지 않았는데 지인이나 친인척이 선물로 사주시는 경우도 있을 수도 있겠고, 물론 물려받는 경우도 있으실 거고요. 전집이 문제라는 것을 이야기하려고 하는 게 아닙니다. 적어도 잔뜩 꽂혀있는 전집을 '읽어라, 읽어라'는 하지 말아 달라는 부탁을 드리려고 하는 겁니다.


전집 비쌉니다. 아무리 할인해도 수십만 원 대고요, 수백만 원 대 전집도 있지요. 그런데 본전 생각하실 거면, 절대 전집 사주지 마세요. 그저 아이 키우는 집 인테리어다라고 생각하신다면 그 정도 투자 나쁘지 않습니다. 전집 중에 정말 좋은 책이 포함되어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이도 반복적으로 읽는 좋아하는 책을 찾을 수 있고요. 아직 취향이 없는 아이에게 취향이 생기는 길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전집을 사시는 게 독서교육의 시작이란 건 아이에게 너무 폭력적이라는 이야깁니다.


전집을 사주실 것을 100개월 할부로 한 달에 한번 서점에 데려가보세요. 그리고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직접 고르게 하고 또 곁에서 엄마도 좋아하는 책을 골라보세요. 남들이 좋다는 책, 유명 작가 책 다 필요 없습니다. 특히 그림책은 어디서 아이와 책이 공명할지 모르거든요. 조금 읽다 내팽개쳐 둔다 하더라도, 전집을 사시는 것보다는 경제적일 겁니다. 이것은 정말 장담할게요.


아이가 고르는 책을 주의 깊게 지켜봐 주시고 참견은 하지 말아 주세요. 아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어떤 그림을 좋아하는지, 만화책도 좋고 그림책도 좋고 어떤 것이든지 좋습니다.  어떤 책이든 스마트폰을 붙들고 있는 것보다는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리라는 것은 다들 아실 테니까요. 그러다 보면 같이 가시는 부모님들도 아이들 책에 눈을 뜨실 거예요. 그때부터는 부모님도 아이들의 책을 권하기도 하시고 같이 읽기도 하시고 자연스럽게 다음 독서 단계로 넘어가는 거지요.


전집의 경우는 사지 마시고 도서관에 가서 읽을 수 있도록 하는 건 어떨까요? 도서관에 굉장히 비싸고 좋은 전집들이 많이 있거든요. 나름 책 전문가가 수년에 거친 데이터를 바탕으로 좋은 책들로 낸 전집을 고를 겁니다. 그 데이터 안에는 그동안 육아 선배들의 희망과 요청도 있을 것이고요. 출판사의 권위, 저자의 권위, 또 이용자들의 서평까지 살펴보고 고른 전집들이요. 사실, 사서들은 전집 좋아하지 않아요. 그런데 그중에서도 고른 전집들이니까 믿으셔도 됩니다.  '위생상 저는 도서관 책을 아이에게 읽히기 싫어요.' 하실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많은 공공도서관에 도서 살균기를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이 있어요. 그리고 가만히 꽂혀있다가 먼지가 곱게 쌓인 책을 꺼내 읽는 것보다는 그래도 수시로 살피고 먼지를 털어내는 도서관 책을 보시는 것도 나쁘진 않으실 겁니다. 만약 아이가 한 전집을 유독 좋아한다. 그렇다면, 그때는 구입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좋은 책은 또 보고 또 보고 외울 때까지도 보거든요. '너는 왜 같은 책만 보는 거야?' 질문하지 마시고,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함께 보고 어떤 걸 좋아하는지 살펴보시는 것도 도움이 될 겁니다.


요즘 서점에 가면 카페도 있고, 문구류 파는 곳도 있고, 또 조용히 책 읽을 수 있는 공간도 있고, 좋은 책들도 많이 있어요. 아이가 책을 알고 스스로 책을 고를 수 있는 시기가 오면 서점을 경험시켜주는 것도 정말 좋은 경험이 될 것입니다.


저를 처음 서점에 데려가 주었던 사람은 친구의 과외선생님이었는데요. 서울에 아주 큰 서점에 가서 엄마가 준 몇만 원으로 내가 사고 싶은 책을 고르고 사 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때 산 책은 한참 유행이던 공포 특급 시리즈였지만, 읽고 또 읽어서 외울 지경이 되어, 비가 오는 날 아이들이 무서운 이야기를 해달라고 하면 그 이야기를 재미있게 이야기해줬던 기억이 납니다. 오들오들 떨면서 듣던 친구들 표정까지도 기억이 나요.


내가 고른 나만의 첫 책, 아이들 소유욕 있는 거 아시죠. 엄마가 아빠가 골라준 책 말고요. 내가 고른 나만의 첫 책이 평생 독서의 따뜻한 기억을 품어줄지 모릅니다. 어떤 책이 좋은 책인지 모르겠다는 이유로 비싼 책 많이 사주지 마시고, 아이와 함께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고르러 서점에 가보시는 건 어떨까요?


전집 대신,

100개월 할부로 한 달에 한 번은 서점 나들이하기-


우리 아이들이 지금보다 책을 더 좋아할 것 같은데, 제 제안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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