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지만, 그래도 만족에 가깝도록 수렴하기 위한
도서관에 한바탕 난리가 났다.
"나한테 왜 다른 사람이 예약을 하면 연장할 수 있다고 말해주지 않았어요? 그래 놓고 연장은 안되니까 나보고 연체를 하던가, 반납을 하던가 하라고요? 다른 사람이 예약을 하면 연장을 못한다고 나한테 말해주지 않았잖아요."
"죄송하지만, 홈페이지와 이용규정에 명시된 사항이고 또 전체 이용자에게 적용되는 규정이라서요."
"아니 그러니까 나한테 얘기해줬냐고! 내가 회원카드를 만들 때나, 내가 대출할 때 말이야. 나한테 이야기해주지 않은 사서 직무 유기 아닙니까? 말해주지 않았으니, 그 사서를 고소하던지 신고를 하던지 할 테니까. 아무튼 나는 아직 책을 다 읽지 못해서 반납할 수 없으니까. 알아서들 하세요."
공공도서관에는 여러 가지 이용규정이 있다. 또, 각 도서관마다 다르거나 같을 수도 있다. 각 도서관의 재량권이 있기 때문에, 이용자들의 편의를 해석하는 방향에 따라 규정이나 서비스의 내용이 달라지기도 한다.
오늘은 도서관 이용 규정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그 중에서 도서 예약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 해보겠다.
도서 예약이란,
대출 중인 도서를 그다음에 대출할 수 있도록
이미 관외 대출 중인 책을 예약하는 서비스이다.
대출 중인 도서가 반납되면 문자서비스를 통해
그 책이 도착했고 대출이 가능한 상태가 되었음을 알려준다.
이 서비스는 모든 도서관에 있는 것은 아니고, 시행하고 있는 도서관도 있고, 또 시행하지 않는 도서관도 있다. 그 이유는 도서관의 서비스 마인드의 문제가 아니라, 이용자의 편의를 해석하는 관점이 다른 거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도서 예약 제도는 이용자 편의를 위해서 운영되고 있지만, 반면에 이러한 서비스로 인하여 불편을 겪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책을 누군가가 대출하고 있고, 그 책을 내가 보고 싶은 A가 있다고 하자. A가 도서 예약을 신청하면 그 책을 빌리고 싶은 또 다른 누군가 B는 A가 대출을 하고 반납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눈 앞에 책이 있어도 미리 예약한 A가 있기 때문에 열람하거나 대출할 수 없다. 두 번째는 오늘 민원과 마찬가지로 먼저 빌린 대출자는 A가 예약을 했다는 이유로 도서 연장이 거절될 수 있다.
공공도서관은 공중을 위해 서비스하는 도서관을 말한다. 말 그대로 누구에게나 열린 도서관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그렇기 때문에 서로의 원하는 바가 다르고 그중에서 다수의 요구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대부분이나, 다수의 요구라 할지라도 소수의 불만을 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도서관의 대부분의 이용규정이 그렇다. 다수의 필요와 요구에 의해서 정해지지만, 소수의 불만을 품을 수밖에 없다.
도서의 연장도 그런 서비스 중에 하나이다. 도서관의 도서는 대출 기간이 있다. 대부분의 도서관은 2주의 대출기간을 두고 1주의 연장이 가능하도록 연장 기준을 두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2주란 시간이 책 읽는데 부족하여 반드시 필요한 서비스인가 하면, 또 누군가에게는 지금 보고 싶은 책이지만 일반적인 2주의 기다림보다 1주를 보태어 기다려야 하는 기다림이 될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서비스가 누군가에게는 불편을 초래하는 것을 동반하다 보니, 그 가운데서 중심을 잡는 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서에게 불만과 질타가 이어질 때도 있다. 그런 불만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회원 가입 시에 대출권수, 대출기간, 연장이나 예약에 대한 내용을 줄줄이 이야기해드리면, 가끔은 당장 벗어나고 싶은데 너무 긴 사설에 지친 표정을 짓는 이도 있고, 또 말해주지 않았음을 근거로 또 다른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 공중을 대상으로 서비스하기에 모두에게 100점짜리 서비스를 제공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누군가에겐 100점 일 수도 누군가에겐 0점일 수도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도서관의 이용규정은 도서관이 일방적으로 정하고 지시하는 규정이 아니라, 이용자의 필요와 요구에 따라 끊임없이 이용자에게 맞춰 그 형식이 정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이용자의 불편이나 민원 시대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맞춰가고 있다. 민원은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에게는 피하고 싶은 것일 수 있으나, 때론 민원이 이용자의 요구에 맞춰 변화하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오늘 오전의 소란으로 전 직원이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진행했다. 결론은 대출규정에 대해서 회원 가입할 때, 그리고 대출할 때 이용자들에게 고지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고치고, 이용자들에게 안내할 수 있는 안내지를 조금 더 간소화해서 회원가입 시 드리는 방법으로 업무 내용을 수정했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지만, 그래도 만족에 가깝도록 수렴하는 것.
사서가 전문직이면서 동시에 서비스직이기 때문에 가지는 여러 가지 빛깔 경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