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과 출산
남자는 임신과 출산 모두 하지 않는다. 어떻게보면 복을 받은 것이고 또 다르게 보면 참 불행하다 싶을 때도 있다. 아기가 몸에서 자라고 있을 때 나는 밖에서만 볼 수 있었지만 내 아내는 태동을 느끼지 않았던가. 아이가 몸 밖으로 나올 때 허벅지가 느껴졌다는데 나는 그런 걸 느낄 수 없었다. 물론 임신은 입덧을 동반하고 출산은 온 몸의 뼈가 분리되는 기분이라 하기에 여자는 참 아이러니한 행복을 가지고 있는 존재라 볼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를 키우는 것도 아이러니의 연속이라 볼 만 하다. 아이가 보채거나 울 땐 말 그대로 지옥을 경험하지만 그 녀석의 웃음 하나에 또 천국을 가는 급행 열차를 타니까. 탄생과 함께 육아는 아이러니의 연속이고, 그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낳으라고 하는 것도, 낳지 말라고 하는 것도 애매해지는 것의 이유가 아닐까 싶다.
아내가 임신을 했다고 했다. 두 줄이,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보던 두 줄이 내 눈 앞에 놓여졌을 때 앞으로 너희는 영원히 둘이 함께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빨간 색 두 줄은 우리의 운명을 결정했고 그때부터 우리는 출산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입덧은 보통 2종류가 있다고 하는데, 토하는 입덧과 먹는 입덧이 있다고 한다. 아내는 토하는 입덧이었고 평소에 숙취 한 번 없어서 평생 토 한적이 없다던 내 아내는 처음으로 경험했고 그 토악질 기분이 그렇게 나쁘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고 했다. 이후 냉장고도 함부로 열어서는 안 되었고, 음식도 가려서 시켜야했다. 시켰어도 냄새가 역하면 나 혼자 먹기도 뻘쭘하니 결국 쓰래기통으로 직행했다. 아직도 A브랜드의 피자가 잊혀지지 않는다... 맛있었는데 ㅠ
마트/백화점 같은 곳도 가기전에 단단히 준비를 했다. 아직 배가 많이 불러오진 않았기 때문에 입덧을 아무 곳에서나 하면 오해를 받기 쉬웠다. 음식점도 그래서 잘 가지 못했다. 나는 아직도 공공장소에서 '임신의 징후'를 보이는 사람이 민폐가 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직도 내 와이프는 입덧 때의 공포로 둘째는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다. 후술 하겠지만 내 와이프는 애 하나 만큼은 쉽게 낳아서 애 낳는 건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
- 웬만하면 담배 피지 말기를
보통 여자가 임신을 하면 유전적으로 뱃속의 아이를 지키려고 하는 본능이 작동해서 오감이 민감해진다고 한다. 당연히 후각도 예민해지는데, 개인적으로 원래 흡연자였다가 최근 담배를 끊으면서 흡연자들의 냄새가 얼마나 심한지 세삼 느끼고 있다. 이 냄새가 임산부에게 가는 건 가뜩이나 입덧때문에 힘든 여자를 더 힘들게 할 수 있다. 느끼고 싶다면 일주일만 끊어보기를.
- 입덧용 팔찌는 케바케지만 높은 효율은 없다.
입덧용 팔찌는 우리 와이프와 내 친구(여자임)도 써봤는데 효과는 둘 다 0에 수렴하는 것 같았다. 케바케가 심하니까 절대 정품 사지 말고 중고로 싸게 한 뒤 효과를 확인하고 다시 구매하시던가 되파는 것을 추천한다. 중고나라에 널려있다.
- 입덧은 답이 없다.
입덧을 해소시켜준다는 다양한 블로그가 있지만 딱히 도움이 되진 않았다. 와이프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든 솔루션을 찾고 싶었으나, 솔루션은 시간과 개인의 취향일뿐 인터넷에는 없다. 인터넷으로 뒤져볼 시간에 과일로 A/B TEST를 해보는 것도 좋고 각 종 음식을 테스트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 각 종 영양소의 당위성
엽산은 아기 언청이 방지용이다. - @2월 29일 추가 언청이 외에도 '신경관 혈소증', '요로기형', '심장 기형' 같은 선천적 기형을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남자도 먹으면 좋다고 하니 꼭 먹자. - 반드시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뭐 굳이 엽산이 엄청 부족한 경우는 많이 없다고도 하니까. 다만 내가 알기로 엽산은 무료로 얻을 수 있는 수단이 많다. 무료로 얻을 수 있도록 해보자. 철분은 필수에 가깝다. 아이를 뱃속에 두고 있으면 빈혈도 쉽게 오고 철분 부족으로 체력이 많이 다운된다. 반드시 먹이자. 두 번 먹이자. 더불어 철분을 먹으면 변비가 오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 유산균도 먹이는게 좋다. 오메가3 같은 건 따로 안 챙겨먹어도 괜찮다.
- 체력을 길러놔라.
임신을 하고 당장 1~2개월은 '생각보다' 입덧이 심하지 않지만 3개월이 넘어가면서부터 피크를 찍는다. 그래서 밥같은 것을 자주 거르는 분들도 있다고 알고 있는데, 절대 안된다. 아기를 실제로 낳으면 그때부터는 정말 체력 싸움이고 허리, 어깨, 팔목, 발목 운동을 많이 해둬라. 요가가 쓸모있다. 남자도 마찬가지.
- 최선을 다해 축하해 줘라. 여자도 두려움에 쌓인다.
병원은 어지간하면 같이 가주는 것이 좋다. 혼자 있는 여자는 나도 많이 봤지만 참 안스럽다. 초음파나 그런 것을 할 때도 함께 하는 것이 더 극적이고 더 기쁘다. 물론 회사일 때문에 매번 같이 가주는게 어렵지만 요즘 병원은 토요일도 여니까 주 5일 근로자라면 같이 가주자.
- 너무 오래 여행을 다니거나 무리하지마라 애가 일찍나오거나 늦게 나올 수 있다. 일찍 나올 경우 라보파라는 주사를 맞게 되는데, 이게 부작용이 심장이 뛰는거고 병원에서 얄짤 없이 가만히 누워있어야 하는거라 많이 답답하다.
- 예방 접종도 많다. 사실 대부분은 임신 전에 맞아야 하는 것이니까 알아서 챙기자.
- 병원은 한달에 한 번씩 꾸준히 다니는 것을 추천하지만 사실 무조건적은 아니더라. 하지만 바우처가 있으니 꾸준히 다니자. 원장 선생님과 안면트면 더 잘해주는 것도 있다.
- 조리원 예약은 미리미리
- 산부인과는 당연히 여성 의사가 있고, 무엇보다 와이프가 자주 가던 곳을 그냥 가시길.
- 링크에서 임산부들에게 주는 혜택을 알아보고 절대 놓치지 말자. http://www.childcare.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