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돈의 무게와 인생

저 주제로 나온 책만 에베레스트는 될 듯

학원 길에서 만난 아들의 소원


얼마 전 너를 학원에 데려다주며 차 안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지. 아빠가 문득 "지금 네 마음속에 가장 이루고 싶은 소원이 뭐야?"라고 물었을 때, 네 입에서 나온 대답을 듣고 아빠는 내심 조금 놀랐단다. 너는 망설임 없이 "돈이 아주 많았으면 좋겠어"라고 말했지. 아빠는 나름대로 너를 돈 걱정이나 부족함 없이 키우고 있다고 자부해왔기에 그 대답이 의외였어. 한편으로는 '이게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의 어쩔 수 없는 본능인가' 싶기도 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평생 돈에 대한 갈망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했던 아빠의 성정을 네가 무의식중에 닮아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서기도 하더구나.


아들아, 아마 네가 어른이 되어 이 글을 읽을 때쯤이면 그날의 대화를 기억하지 못할 확률이 높겠지. 하지만 아빠는 그날 이후로 네게 '돈'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줘야 할지 오랫동안 고민했단다. 돈은 사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주제이면서도, 본질을 꿰뚫고 나면 의외로 명쾌한 주제이기도 해. 아빠가 비록 세상이 우러러볼 만큼 거대한 부를 일군 '재벌'은 아니지만, 돈 때문에 울고 웃으며 수많은 책과 현장을 통해 배운 지혜만큼은 너에게 오롯이 전해줄 수 있을 것 같구나. 오늘은 돈을 많이 버는 기술이 아니라, 네가 앞으로 가지게 될 돈을 어떻게 지키고, 그 돈으로 어떤 인생을 그려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돈의 본질: 행복을 만드는 마법이 아닌, 불행을 막는 방패


"돈이 많으면 좋다." 이 말은 부정할 수 없는 정답이란다. 하지만 아빠는 여기에 아주 중요한 단서를 하나 붙이고 싶어. "돈이 엄청나게 많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한 건 아니지만 돈이 많으면 적어도 비참하게 불행해지는 일은 막을 수 있다"는 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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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돈을 벌어야 할까? 단지 좋은 차를 타고, 좋은 옷을 입고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해서일까? 아니란다. 살다 보면 반드시 우리 인생에 예기치 못한 폭풍우가 찾아오는 순간이 있어. 가족 중 누군가가 갑자기 중병에 걸려 거액의 수술비가 필요할 때, 혹은 억울한 송사에 휘말려 나를 지켜줄 유능한 변호사를 구해야 할 때 그때 돈이 없다는 건 곧 지옥을 의미한단다. 드라마 《더 글로리》에도 이런 대사가 나오지. "살면서 절대 아끼면 안 되는 돈이 변호사 비용"이라고 말이야.


돈은 네가 행복의 절정에 있을 때 너를 더 높이 올려주기보다, 네가 인생의 밑바닥으로 추락할 때 너를 받쳐주는 단단한 안전 그물과 같단다. 돈이 있으면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도 인간으로서의 품위와 평온을 지켜낼 수 있어. 그래서 우리는 돈을 가져야 하는 거야. 많으면 많을수록 그 방패는 더 넓고 단단해지기 때문이지. 사람들은 흔히 돈과 행복을 같은 선상에 이야기 하는데 아빠는 전혀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한단다.


아빠의 결핍과 거울 같은 너의 모습


아빠의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사실 그렇게 찢어지게 가난하진 않았어. 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나름대로 열심히 일하셨고 대한민국 경제가 가장 가파르게 성장하던 시기에 사회생활을 하셨기에 번 돈 자체가 적지는 않았단다. 다만 문제는 '지키고 키우는 법'을 모르셨다는 거야. 할아버지는 쓸데없는 오지랖으로 친척들에게 돈을 허투루 내주셨고 할머니는 자산 운용에 서툴러 투자에 실패하곤 하셨지.


그 덕에 아빠의 유년기는 늘 '애매한 결핍' 상태였어. 정말 필요한 책이나 신발은 살 수 있었지만 당시 친구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노스페이스 패딩이나 나이키 운동화 같은 사치품은 끝내 손에 넣지 못했지. 가슴 속에 응어리진 그 작은 욕망들이 아빠를 돈에 집착하게 만들었는지도 몰라. 그래서 아빠는 다짐했단다. "내 아들만큼은 나처럼 친구들의 물건을 부러워하며 고개 숙이게 하지 않겠다"고 말이야.


참 다행인 건, 너는 물건에 대한 태도가 아빠와는 완전히 다르더구나. 너는 아빠보다 훨씬 베풀 줄 알고 가진 것에 집착하지 않는 여유가 있어. 아빠는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놓인단다. 아빠의 결핍이 너에게 대물림되지 않고 오히려 풍요 속에서 자라난 아이 특유의 넉넉함이 네 성품에 깃든 것 같아 정말 다행이야.


풍요의 목격: 처가에 대한 감사와 부자들의 민낯


솔직히 고백하자면, 아빠가 지금처럼 경제적인 안정을 누리며 너를 키울 수 있는 건 아빠 혼자만의 힘이 아니란다. 너희 엄마 쪽이 아주 부유한 덕분에 그 큰 수혜를 입게 되었지. 아빠도 처음 엄마와 결혼할 때는 네 엄마집이 이토록 큰 부자일 줄은 꿈에도 몰랐단다. 지금까지 너를 키우며 돈 걱정을 거의 하지 않고 살 수 있었던 건 많은 부분이 외가 어른들의 보살핌 덕분이었어. 아빠는 지금도 처가 어른들께 깊은 감사를 느끼며 살고 있단다.


그리고 네 엄마 덕분에 아빠는 소위 '진짜 부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삶을 가까이서 지켜볼 기회가 많았어. 아빠의 초등학교 친구 중에는 여전히 반지하 단칸방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친구도 있지만 엄마 주변에는 상시로 도우미 아주머니를 두고 신세계와 현대 백화점 두 곳의 최고 VIP 라운지를 집처럼 드나드는 갑부들도 있지. 너와 자주 어울리는 엄마 친구 이모들은 너도 알다시피 대부분 엄청 부자들이란다.


그들을 보며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단다. 진짜 부자들은 돈을 단순히 쌓아두는 게 아니라 아주 '지혜롭게' 쓸 줄 안다는 거야. 돈은 키우는 것도 기술이지만, 잘 쓰는 것이야말로 그 사람의 인격과 안목을 결정짓는 진짜 실력이란다.


돈 공부: 인플레이션이라는 도둑으로부터 너를 지키는 법


아들아, 돈 공부는 절대로 남에게 맡겨서는 안 된단다. 네가 나중에 자산 관리사를 고용하더라도, 네가 모르면 너는 그들의 먹잇감이 될 뿐이야. 전쟁이나 천재지변으로 사회가 완전히 붕괴되지 않는 한, 화폐의 가치는 '인플레이션'이라는 이름의 도둑에 의해 매일 조금씩 깎여나간단다. 네가 지금 현금을 금고에 넣어두기만 한다면, 너는 앉은 자리에서 조금씩 가난해지고 있는 셈이야.


그래서 우리는 '투자'를 해야 해. 돈의 가치를 유지하고 키우기 위해서 말이지. 그것이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이 될 수도 있지만 무엇이 되었건 간에 공부하지 않고 투자의 세계에 뛰어드는 건 무기 없이 전쟁터에 나가는 것과 같아. 사기꾼들의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거나, 시장의 광기에 휘말려 소중한 자산을 한순간에 잃기 쉽지.


그렇다고 아빠는 네가 거창한 경영학 박사가 되길 바라지 않아. 다만 대학교에 가면 '맨큐의 경제학' 같은 책을 절반만이라도 진지하게 읽어보길 바란다. 절반만 읽어도 시장이 어떤 원리로 돌아가는지, 가격은 어떻게 형성되는지 주식이나 채권이 어떻게 구성되고 유통되는지 알 수 있을꺼야. 이렇게 세상의 돈이 어떻게 흐르는지 아는 것만으로도 너는 평생을 지탱할 강력한 무기를 갖게 될 거야.


안목의 교양: 쓸 때 쓰는 것이 돈을 버는 길이다


돈을 잘 쓰는 것도 공부가 필요하단다. 물건을 보는 안목이 없으면, 정말 중요한 순간에 큰돈을 쓰고도 대접받지 못하거나 헛돈을 쓰게 돼. 예를 들어, 네가 매일 사용하는 노트북 같은 도구는 한 번쯤 최고 수준의 것을 써봐야 한단다. 왜 비싼 제품이 비싼 값을 하는지, 그 미세한 차이가 작업의 효율을 어떻게 바꾸는지 네 피부로 직접 느껴봐야 해. 신발이나 옷도 좋은 걸 써봐야 한단다.


처음에는 아빠와 엄마가 지원해줄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실패를 각오하고 비싼 물건을 사보기도 하렴. 실패할 수 있을 때 실패해봐야 해. 한 달을 버틸 비상금만 있다면, 가끔은 과감한 소비를 통해 물건을 고르는 눈을 길러야 한단다. 그래야 나중에 네가 큰 자산을 운용할 때 '소비'와 '투자'를 정확히 구분하고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으며 가치 있는 것에 돈을 던질 수 있는 배포가 생기는 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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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아빠는 네가 너무 악착같이 최저가나 최고 이자율에 집착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겨울철 하수도가 동파되는 걸 막기 위해 수돗물을 조금씩 틀어놓듯 돈도 적당히 흘려보낼 줄 알아야 한단다. 주식 시장의 격언인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팔라"는 말처럼, 상대방의 이익도 챙겨주며 상생하는 태도를 가져야 해. 나만 이득을 보겠다고 꽉 틀어막으면 반드시 어딘가에서 터지게 되어 있고, 주변에 사람도 남지 않게 된단다. 적당한 마진을 양보할 때,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더 큰 기회와 사람이 너에게 찾아온다는 걸 잊지 마렴.


품격 있는 부자: 구찌 티셔츠보다 데이즈 반바지의 여유


위에 말한 아빠가 만난 진짜 부자 이모들 중 한 분은 여름이면 이마트 한 켠에서 파는 저렴한 브랜드인 '데이즈' 반팔 티셔츠와 바지를 즐겨 입으시더구나. 겉모습만 봐선 그분이 그토록 큰 부자인지 전혀 알 수 없을 정도지. 하지만 그 분이 신은 신발, 눈을 보호하는 선글라스, 겨울철의 패딩처럼 자신의 몸을 보호하고 실질적인 기능을 하는 물건에는 수천만 원을 아끼지 않는 안목을 가지고 계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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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그리 넉넉하지 못한 친구들 중에는 여름 반팔 티셔츠 하나에 구찌나 프라다 로고가 박힌 비싼 제품을 고집하는 이들이 많더구나. 보여주기 위한 소비에 매몰되어, 정작 투자를 해야 할 곳에는 가성비를 따지는 모순된 모습을 보게 되지.


또 돈을 잘 써보지 못한 사람은 값비싼 물건을 사놓고도 그것을 즐기지 못하고 '모시며' 살게 된단다. 값비싼 옷에 아이가 음식을 흘렸을 때, 품격 있는 부자는 아이가 놀라지 않았는지 먼저 살피지만, 물건에 지배당하는 사람은 옷의 얼룩부터 확인하며 화를 내지. 돈의 주인이 된다는 건, 네가 가진 물건이 훼손되어도 네 마음의 평온이 훼손되지 않을 만큼의 여유를 갖는 것이란다. 사소해 보이지만 이런 태도 하나하나가 네 인생의 품격과 운명을 결정지을 거야.


돈을 부르는 기술: 실력보다 무서운 ‘신뢰’의 힘


아빠가 어릴 때는 돈을 버는 방법이 오직 연예인이 되거나, 천재적인 사업가가 되거나, 투자의 귀재가 되는 것뿐인 줄 알았어. 모두 개인의 타고난 재능이나 운에 달린 영역이라고 생각했지. 모두 '내가'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마흔이 넘어 깨달은 가장 강력한 부의 비결은 따로 있단다. 그것은 바로 ‘사람을 잘 만나는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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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삼촌의 경우만 봐도 그래. 삼촌은 정말 대단한 부자지만, 지금하고 있는 사업들을 혼자하지 않고 삼촌 곁에는 오랫동안 함께해온 친구들과 함께하는 것을 보렴. 그 친구들이 모두 부유한 환경에서 시작한 건 아니야. 하지만 삼촌이라는 사람을 믿고, 삼촌이 기회를 줄 때 그 기회를 잡아 함께 부를 일궈낸 거야.


신뢰는 부를 부르는 가장 강력한 자석이란다. 네가 주변 사람들에게 "이 친구는 믿을만하다", "이 친구와 함께라면 손해 보지 않는다"라는 확신을 줄 수 있다면, 기회는 네가 찾지 않아도 스스로 너를 찾아올 거야. 네 개인의 뛰어난 능력보다, 네 주변을 부유하게 만들 줄 아는 넓은 품과 신뢰가 너를 훨씬 더 큰 부자로 만들어줄 거다. 그러니 너무 인색하게 굴지 말고, 주변 사람들에게 먼저 베풀 줄 아는 남자가 되렴.


마치며: 인생이라는 캔버스에 어떤 색을 칠할 것인가


너무 당연한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아들아, 돈은 결국 수단일 뿐이란다. 네 인생이라는 긴 레이스를 완주하기 위한 도구이지, 그 자체가 목표가 되어서는 안 돼. 인생을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고 한다면, 돈은 물감이나 붓, 팔레트 같은 것들이야. 우리가 고흐의 자화상을 보며 감동하는 건 그가 얼마나 비싼 붓을 썼는지가 아니라, 그가 캔버스 위에 남긴 고뇌와 열정의 궤적 때문이지. 물론 좋은 물감을 쓰면 그림의 색깔이 조금 더 화려해 보일 순 있겠지만, 본질은 결국 네가 어떤 그림을 그리느냐에 달려 있단다.


사람들이 너를 기억할 때 "그 친구는 얼마를 벌었어"가 아니라 "그 친구는 이런 멋진 인생의 궤적을 남겼어"라고 말할 수 있는 삶을 살길 바란다. 아빠는 어릴 적에 스티브 잡스처럼 사회적으로 엄청난 명성을 얻는 것이 최고의 가치라고 믿었어. 하지만 너를 만나고 네가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아빠의 가치관은 ‘행복과 안정’으로 바뀌었단다. 가족과 함께 따뜻한 밥을 먹고, 네 웃음소리를 듣는 이 평범한 순간들이 그 어떤 명성보다 소중하다는 걸 깨달았지.


너 또한 살아가며 너만의 절대적인 가치를 찾아내길 바란다. 그것이 명성이든, 깨달음이든, 혹은 소박한 평화든 무엇이라도 좋아. 돈이라는 도구를 지혜롭게 다루어, 네 인생이라는 캔버스에 너만의 아름답고 다정한 색깔을 칠해나가렴. 아빠는 언제나 네가 그려나갈 그 빛나는 그림을 설레는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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