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의 회사생활, 그리고 벤쩨에서 시작된 고립

by 해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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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비나는 의류벤더인 H사의 해외법인으로 베트남 남부 호치민 근처에 있는 생산 공장이었다. 본사 영업팀이 JCPENNEY, GAP 등의 바이어로부터 주문을 받으면 납기일까지 제품을 생산하여 수출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나는 생산관리자로서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다. H비나에는 한국인 관리자와 직접 생산을 하는 베트남 직원들로 구성이 되어 있었다. 수습기간동안 나는 의류벤더업계의 기본적인 용어를 공부하고 실제로 패턴도 그려보고 그 패턴으로 재봉도 해보면서 업무를 익혀갔다. 생산관리는 원부자재 부서, 재단부서, 생산부서, 출고부서 등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업무였다. 공부를 하고 그것을 수습일지에 작성을 했다. 내 사수였던 대리님이 친절하게 잘 알려줘서 업무 적응은 비교적 수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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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비나에서는 동기 한 명과 기숙사 방을 같이 써야했다. 그런데 나와 성향이 맞지 않아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나는 더위를 많이 타서 보통 에어컨을 켜고 자는 편이었지만 그 친구는 밤마다 꺼버려서 자주 잠에서 깨곤 했다. 성격도 잘 맞지 않아서 끝내 가까워지지는 못했다. 베트남 근무는 주 6일,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였다. 내가 근무했던 송탄 지역은 호치민 시내에서 차로 30분 정도 떨어져 있었다. 퇴근을 하면 회사 근처나 시내로 나가서 놀았다. 호치민은 지역에 따라 다르긴 했지만 발전된 지역은 서울과 별반 차이가 없을 정도로 시설이 갖춰져 있었다. 3개월 간은 직장에 적응도 하고 스트레스 풀기도 좋아서 나름 즐겁게 지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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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회사에서 나와 동기 두 명을 불렀다. 무슨 일인가 들어보니 벤쩨 지역에 새로운 공장을 짓는데 셋업 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검색해보니 호치민 시내에서 3시간이나 떨어진 곳이었다. 가고 싶지 않았지만 거절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나는 H비나에서 3개월의 수습과정을 마친 후, 벤쩨에 있는 U비나로 발령을 받게 되었다. 힘든 생활의 시작이었다. U비나는 공장이 다 지어지지도 않은 상황이었다. 나는 같이 발령받은 직원들과 생산라인이 설치되는 것과 주문을 받아 실제로 라인이 운영되는 것을 관리했다. 처음엔 힘들었던 업무들도 시간이 지나며 익숙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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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일보다는 생활이었다. U비나는 셋업중인 공장이어서 그런지 주변에 편의시설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었다. 베트남의 로컬 술집은 있었지만 나는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다른 놀거리가 전혀 없었다. 커피를 좋아하는데 냉방시설이 갖춰진 카페도 없었다. 그렇다고 퇴근 후에 호치민 시내로 가기에는 3시간이나 떨어져 있어서 갈 수가 없었다. 심지어 기숙사에서는 인터넷도 잘 되지 않아서 끊기기 일수였다. 토요일 오후 5시에 일을 마치면 회사 셔틀버스를 타고 호치민 시내에 8시에 도착했다. 일요일 저녁 6시까지, 내게 주어진 여유시간은 22시간이 전부였다. 스트레스가 풀리지 않아서 그런지 내 정신은 조금씩 피폐해져 갔다. 그 당시 만나고 있던 사람과도 미래를 그리기에는 맞지 않는 부분들이 있어서 더 힘들었던 것 같다. 더 나이를 먹기 전에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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