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어서와 커피좀비들

자매품 아메리카노교

by 권혜린

직장인들은 아침에 눈뜨자마자 본능처럼 움직인다.

씻고 - 싸고 - 챙기고 - 뛰고 그리고 곧장 직장에 출근...?

아니.

먼저 출근하는 곳은 따로 있다.

보다는 스타벅스, 컴포즈, 메가커피, 이디야, 바나프레소 같은 카페에 먼저 출근

도장을 찍는다.

카페가 곧 직장인의 오피스, 리셋의 제단

그리고 키오스크로 가서 주문하거나 아니면 직원들을 보면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하나요."

이건 주문이 아닌 주문같은 주문

좀비가 포션을 찾듯 기계처럼 눌러대는 출근 루틴


거리에는 전자담배를 한 모금 빠는 사람,

족구로 으싸으싸하는 사람들..

그리고 하나같이 푸념한다.

"아... 회사 가기싫다."

그들은 모두 커피좀비다.


이처럼 KPOP만 빌보드가 있는것이 아닌

커피좀비들의 빌보드 차트가 있다.

1위. 텅장 어게인 - 이번 달도 월급은 구경만 하고 사라졌어요

2위. 서울 하늘 아래 내 집은 어디에 - 집값은 뛰고, 내 통장은 눕는다.

3위. 결혼한다며? - 축의금송 Feat. 돈 얼마줘

4위. 내 인생에 연차는 없다

5위. 팀장님 눈치 is my cardio

6위. 월요일이 또 왔다네

7위. 점심 뭐 먹지

8위. 야근해!!!!


꾸준히 차트인 중, 심지어 연말결산에서도 상위권 유지

대체 누가 이 노래를 만든 거야...????


점심시간.

밥은 먹었지만, 또 회사에 들어가기 싫다.

다시 포션이 필요하다.

탕비실...?

있긴 한데, 믹스 커피, 쌍화탕, 허브차 같은 기성세대의 향기가 진한 곳

MZ는 말한다.

"거긴 믹스커피밖에 없어. 너무 옛날 감성이고...

살도 찌고, 남자친구가 나 살찌면 싫어한단 말이야."


그런데 잠시만요...?

"당신이 방금 시킨 라떼는 살 안쪄요? 그럼 저도 마시고 싶네요."


이쯤되면 궁금하다.

카페는 좀비들의 포션 스테이션 이자 뒷담화 수혈실

"아.. 퇴사마렵다."

"내가 오늘도 온 게 진짜 대단하다."

대화의 90%는 이렇게 시작된다.


그리고, 그들 속엔 신흥 종교단체도 있다.

이름하여 아메리카노 교단

교주의 인사법

"다들 아아 콜?"

그 틈에서 용기 내어 "저는 레몬 에이드요." 라고 말하면?

그 순간 당신은 반역자

교단의 이단 취급을 받는다.

아아교단의 공포정치는 회사 다니는 한 계속된다.


아침엔 아이스 아메리카노

점심에는 라떼 + 아이스아메리카노 + 티(에이드, 스무디)

저녁에는 디카페인


그리고 그 좀비들을 살려주는것은 '돈'이 아닌 커피를 내려주는 바리스타들

현대사회의 진정한 힐러,

좀비들이 힘들면 커피수혈 해주는 고귀한 존재들


근데 말이야,

어쩌면 우리는 커피를 마시는게 현실을 조금씩 씹어먹으면서 나답게 살아가는법들을

고민하는게 아닐까?


그러니까 일반매장보다 카페가 많은게 아닐까?


난 커피좀비들에게 하고 싶은말이 많다.

"커피는 탕비실에서 마시고, 카페는 코피스족, 카공족에게 양보하자."

또한 포션도 좋지만, 온기를 나누는 믹스커피가 사실 제일 맛있는것 우리 알고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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