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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애 Sep 03. 2020

2020년 09월 03일

아빠의 만병통치약, 황도 통조림

어렸을 적 가족들이 아플 때면 아빠는 황도 통조림을 사 왔다. 엄마와 동생은 복숭아 알러지가 있어서 먹지도 못하는데 매번 사다 주는 바람에 꾸지람을 듣곤 했다. 나는 그 특유의 강한 단맛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잘 먹지 않았다. 아빠가 아플 때도 황도를 자주 드셨기 때문에 아빠의 "몸이 안 좋다"는 말은 "황도가 먹고 싶다"로 인식될 정도였다. 얼마 전 아빠에게 왜 아플 때 황도를 드시냐 물어보니 아빠 어렸을 때는 약이 별로 없어서 할머니, 할아버지가 약 대신 황도 통조림을 사다 주셨는데 그걸 먹으면 어떤 병도 나았다고 했다. 어떤 때는 황도가 먹고 싶어서 거짓말할 때도 있었다고.. 아플 때만 먹을 수 있고 먹으면 아픈 몸도 낫는, 귀한 황도 통조림. 아빠는 가족들이 아플 때마다 만병통치약을 사 왔던 거였다.

오늘 장을 보다가 얼마 전 아빠랑 나누던 얘기가 떠올라 황도 통조림을 집었다. 평소 같았으면 한통을 행복한 표정으로 다 드셨을 텐데 한 알도 작게 잘라 겨우 드시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아빠의 만병통치약 황도 통조림이 이번에도 아빠에게 힘을 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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