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색 오토바이
태풍 하이선의 영향으로 어제부터 계속 비가 내린다. 온종일 집에만 있기 답답해 집을 나서는데, 1층에 세워둔 아빠의 빨간색 오토바이가 눈에 띄었다. 우리 집엔 차가 없고 오토바이가 있다. 멀리는 못 가더라도 아빠와 엄마가 시장 갈 때, 병원 갈 때, 공원 갈 때, 동생들이 지각했을 때 등 아주 유용하게 쓰였다. 아빠는 오토바이를 타면 물고기 같았다. 빠르지만 부드럽게 운전하는 게 신기해서 한 번은 나도 타보려고 오토바이에 앉았는데 무게가 감당이 안돼서 출발하기도 전에 넘어진 기억이 있다. 오토바이는 차에 비해 몸이 그대로 노출되다 보니 아빠와 엄마가 오토바이를 타는 날이면 늘 걱정이 되었다. 아빠가 오토바이를 안 탄지 꽤 오래되었다. 아무래도 몸이 아파서 예전처럼 운전하기도 힘들고, 혹시나 사고가 날까 염려되어 가족들이 말렸다. 오랜 시간 안타다 보니 안장에 먼지가 내려앉았다. 옆에 세워둔 내 자전거에도 먼지가 소복하다. 작년 추석 때 엄마와 아빠는 오토바이를, 나와 동생은 자전거를 타고 대공원으로 산책을 갔다. 곧 추석이 다가오니 그때 생각이 났다. 올해도 작년처럼 푸른 하늘에 코스모스가 흐드러지게 핀 공원으로 산책 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