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의 아빠 얘기
오늘은 아빠 얘기가 아닌 친구와 아빠들에 대해 이야기 나눈 하루를 쓴다.
친구를 만났다. 코로나로 인해 자주 보기 쉽지 않은 요즘이지만 전해줄 것도 있어서 오랜만에 만나기로 했다. 친구 아버지도 최근에 암을 판정받았는데 그전까지 특별한 증상이 없었기 때문에 친구와 가족들에게 너무 갑작스럽고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아버지들의 병명은 달라도 치료 과정, 병원 일처리 등 같이 나눌 얘기가 많아졌다. 오늘도 역시 만나서 아빠 얘기를 하는데, 두 분 다 말기라 뾰족한 치료법이 없어 답답하고 안타깝고 속상하고 여러 복합적인 감정들이 오갔다. 친구와 서로 비슷한 상황에 있다 보니 굳이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그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아픔이 쓸모 있을 때가 있다. 겪을 당시엔 내가 무능하고 가진 것 없는 존재임을 느끼게 하는데, 시간이 지난 후엔 비슷한 아픔을 가진 사람의 마음을 (아픔을 겪기 전 보다) 이해할 수 있는 힘을 주곤 한다. 그럴 때 아픈 경험이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늘 친구와의 대화에서 그런 마음이 들었다. 많은 것을 설명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아는 친구가 있는 건 참 힘이 된다. 그리고 아빠들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젊고 건강한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살아있음', 주어진 하루를 무사히 사랑하는 사람들과 웃으며 보낼 수 있다는 게 정말 값진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