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 『비스킷』 리뷰
이 작품 속에서는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지 못하거나 학대를 당해서, 또는 스스로 자존감이 낮아져 다른 사람들 눈에 잘 보이지 않게 된 사람들을 "비스킷"이라고 부릅니다. 살짝 건드려도 바사삭 부서져 가루가 되어 버리는 비스킷처럼 그들의 존재도 언제 부서져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될지 모르기에 비스킷이라는 호칭이 과장처럼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극도로 예민한 청각 때문에 정신과 진료까지 받고 있는 주인공 (성제성)은 비스킷들을 소리로 인식해서 발견하고, 그들이 다시 형체를 되찾을 수 있도록 돕습니다. 비스킷이라는 존재 자체가 형체가 흐리거나 보이지 않기에 제성이가 비스킷의 존재를 말해도 대부분 정신 나간 소리라 생각하지만, 어린이집 때부터 친구인 효진이와 덕환이는 제성이와 함께 비스킷들을 찾고 도와줍니다. 제성이를 필두로 한 비스킷 구조대는 제성이 이모 집 위층에 아빠로부터 학대당하는 비스킷 (희원)이 있음을 알게 된 후, 위험을 무릅쓰고 환상의 팀 호흡으로 희원이를 구조해 냅니다.
소외된 사람들, 존재감 없는 사람들, 더 나아가 학대 또는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넌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고 위로해 주고, 스스로를 사랑하고 자존감을 키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라고 용기를 북돋워 주고 응원해 주는 따뜻하고 밝고 유쾌한 작품이었습니다. 제성, 효진, 덕환이의 진한 우정, 효진이와 덕환이의 풋풋한 사랑, 비스킷 구조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져 있어 재미있었고, 특히 제성이를 정신병원에서 탈출 시켜 주는 여사님과 박간호사 (둘 다 과거 비스킷이었다가 제성이에게 구조를 받은)의 활약 장면은 정말 재미있고 통쾌했습니다. 그리고 거의 투명인간에 가까웠던 희원이가 그들의 관심과 응원에 힘을 얻어 자신을 학대한 아빠를 원망하며 모습을 환하게 드러내는 장면이 참 짜릿했습니다.
무엇보다 과거에 비스킷이었으나 제성이의 도움으로 비스킷 상태에서 벗어난 등장인물들 (효진, 여사님, 박간호사)이 희원이를 구하는 데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직접 겪어 본 일이기에 희원이에게 더 공감할 수 있고, 꼭 구해내야 한다는 걸 알기에 여사님과 박간호사는 직장을 잃게 될 위험까지 무릅쓰고 희원이를 구하는 데 동참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본인의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전혀 모르는 희원이를 위해 기꺼이 친절을 베푸는 두 인물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팽배한 현 세태와 대조되는 인물들이어서 더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이야기는 비스킷이라는 상태가 특정 불행하거나 불운한 사람들에게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각각 다른 강도로, 여러 번 나타날 수도 있음을, 그리고 그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도 여러 가지임을 보여줍니다. 이를 통해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더 관심을 가지고 그들이 존재감을 잃어 비스킷 상태가 되어가고 있지는 않은지 세심하게 살피고, 만약 그렇다면 적극적으로 나서 각자에게 맞는 방법으로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그리고 나 또한 언제, 어떤 상황에서 비스킷 상태가 될지 모르니 자존감을 잃지 않고 스스로를 사랑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도 깨닫게 해줍니다. 만약 제성이를 비롯한 다른 인물들이 희원이를 모른 척했다면 희원이는 아마 비스킷 상태가 악화되거나 영양 실조로 세상에서 사라져 버리고 말았겠지요. 희원이가 구조되는 과정을 통해 나의 작은 관심이 누군가에게는 생사를 가르는 큰 힘이 될 수도 있다는 점, 인간이란 역시 혼자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서로의 관심 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존재라는 점을 일깨워 주는 의미 깊은 작품이었습니다.
* 책에서 나온 구절을 읽은 후 떠오른 생각과 감정은 초록색으로 표시했습니다.
드디어 엄마가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찾았나 보다.
남들의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일을 하는 것.
- 출처: 『비스킷』, 김선미, 위즈덤하우스, 2023
나이가 들수록 남들 시선 의식하며 눈치 보거나 주눅들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남에게 피해나 혐오감을 주는 일만 아니라면 내 마음에 따라, 내 결정에 따라 자신 있게 소신껏 말하고 행동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극 내향성에 소심한 성격을 가진 제게,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것은 아직도 여전히 어렵고 어색한 일이지만 그러지 않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우리는 매일 스스로를 지켜 내기 위해 힘껏 노력하지만, 꾹꾹 눌러 담았던 쓸쓸한 마음이 어쩔 수 없이 왈칵 쏟아지는 날이 있다.
- 출처: 『비스킷』, 김선미, 위즈덤하우스, 2023
정말 그런 것 같아요.
마음 속 가장 낮고 깊은 곳에 꾹꾹 숨겨 두었던 마음이 어느 순간 화산처럼 폭발할 때가 있죠.
보통은 멈추지 않는 눈물과 함께요.
그런 날에는 억지로 눈물을 참지 말고 흘러 나오는 대로 다 흘러 나오게 두는 것도 좋은 치유의 방법인 것 같습니다.
억눌려 있던 슬프고 부정적인 감정들이 눈물과 함께 다 흘러 나가고, 그 자리에 행복한 감정들이 자리잡는다면 더없이 좋을 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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