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만 먹는 남자

생존형 직장인은 점심 메뉴 선택에 고민이 없다

by 권작가

회사원에게 점심시간이 어떤 의미인지는 길게 말하지 않겠다.
다만, 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보면 두 부류로 나뉜다. ‘먹는 낙’과 ‘쉬는 낙’.

나는 후자다.

쉬는 시간을 최대화하려면 먹는 시간을 최소화해야 했다.
그래서 김밥을 선택했다. 간단하고, 빠르고, 더 고민할 필요가 없으니까.
그렇게 매일 김밥을 먹다 보니 회사에서는 나를 “문동은”이라 불렀다. 복수는 몰라도 김밥은 그녀만큼 잘 먹었으니.

그러던 어느 날, 익숙한 선택이 사라졌다. 김밥을 더 이상 살 수 없게 된 것이다.
갑자기 내게 새로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찾아왔다.
한 시간 남짓한 점심시간 중 쉬는 시간을 최대화하려면 어딜 가야 할까? 어떤 메뉴를 골라야 할까?
별 수 없던 나는 회사 건물을 배회했는데, 그 중 일본식당을 택했다.
그리고 다시 고민을 최소화했다. 매일 치킨 가라아게동만 먹었다.

반복되는 선택은 단조로웠지만, 단조로운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매일 같은 자리에 앉아 같은 음식을 먹으면서, 나는 내 일상에 작지만 확실한 질서를 만들어갔다.
그 익숙함 속에서 나는 안정을 느꼈다.

쿠폰 열개를 채우자 사장님이 물어봤다.
“맛있는 것 많은데, 치킨 가라아게동만 드시네요.”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복잡한 하루에 한 가지쯤은 단순한 게 좋아서요.”

실은 김밥에서 치킨 가라아게동으로 넘어온 것도 나름의 변화였다.
다른 사람에겐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그 작은 변화, 하지만 몇 차례의 결정과 선택을 요구 당했던 큰 변화.
익숙함에서 벗어난다는 건 항상 어렵다. 하지만 그 변화 덕분에 알게 됐다.

단순함이 내 삶에 가져다준 안정감과, 그 안정감 속에서 감히 변화할 수 있는 힘을.



KakaoTalk_20241219_124740379.jpg 카레 치킨가라아게동


- 작가 코멘트

다들 맛있는 점심 메뉴 드시고 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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