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의 엠티란 고기를 숯불에 구워 먹는 것, 그리고 밤새도록 소주를 들이붓는 것 이 두 가지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분위기에 휩쓸려 평소보다 빠른 속도로 술을 마시게 되고, 그러면서도 어떻게든 실수하지 않기 위해 정신을 차리려 하고, 술 마시는 것이 힘들지만 또 먼저 잠들긴 싫다. 아직도 대학 생활에 미련이란 것이 남아있나 보다.
나는 예전부터 엠티를 좋아하지 않았다. 다 같이 친한 소수 인원끼리 가는 엠티가 아니라면 참여하고픈 마음이 없다.
첫 번째로 나는 술을 마실 때 천천히, 즐기면서 마시고 싶은데 거기에선 주량 쎈 것이 무슨 트로피라도 되는 양 전투적으로 마셔야 하는 것이 싫다.
두 번째로는 술게임이라는 것이 싫다. 벌주를 마시는 것은 괜찮지만 게임에 걸리면 걸린 사람이 그다음 게임을 정해야 하는 것과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뻘쭘해지는 상황이 싫다. 너무 뻔하진 않으면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는 게임을 고르는 것도 머리 아프고 부담스럽다.
마지막으로, 목소리를 크게 내는 것이 싫다. 나는 목소리가 무거운 편이라 크게 내면 화난 것처럼 들리고, 작게 내면 슬픈 것처럼 들린다. 목소리의 밝은 톤을 유지하는 것이 내게는 가장 힘든 일 중 하나다. 타고나길 이렇게 생겨먹은 것을 어떡하나.
싫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편한 사람보단 어려운 사람이 많았다. 애초에 사람이 많은 곳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어느 정도 긴장을 유지한 채로 해 뜰 때까지 술을 마시다 딱딱한 바닥에서 이불도 제대로 덮지 않은 채 잠이 들었다. 4시간 정도 지났을까, 눈 떠보니 이미 많이들 집에 돌아갔다.
몇 시간을 불 앞에서 고기를 구웠고, 손바닥만 한 과도로 수박을 썰어대고 쉼 없이 술을 마시다 도보 25분이 걸리는 거리에 있는 편의점을 가서 아이스크림을 사 왔다. 양치도 하지 않은 채 잠들었고 온몸이 찌뿌둥했지만 거기서 고양이 세수를 하는 것보단 그냥 빨리 집에 가서 씻고 눕고 싶었다.
중간에 살짝 예민함이 올라와서 열받은 적도 있었고, 온몸은 두들겨 맞은 것처럼 뻐근하다. 가깝지 않던 사람들과 크게 친해진 것 같지도 않다.
그래도 뭐 어떠한가. 엉망진창이지만 밤새 마시고 술기운이 올라오던 것이 좋았다. 같이 있으면 즐겁고 편안한 사람들도 포함되어 있었으니 이만하면 다 만족한다. 이게 내 인생 마지막 엠티가 되려나. 아니면 한 번 정도는 더 허락될 수 있을까? 너무 많은 것을 바라지는 말아야지.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