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술을 마실까
한국인과 소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나는 소주가 맛있다고 느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지만 가장 자주 찾는 술은 단연코 소주이다. 왜? 결국은 또 그만한 게 없거든.
맛은 음식에서 찾으면 되고, 술은 취하게 해 주면 그만이다. 맥주는 맛있지만 취하기 전에 먼저 배가 불러 버리고, 위스키나 고량주는 소주보다 훨씬 맛있고 도수도 높기 때문에 취하기도 좋지만 너무 비싸다. 와인은 말할 것도 없고. 결국 술기운을 느끼기 위해서는 소주만 한 것이 없다.
어디 그뿐인가? 저 실험실 알코올 같은, 풍미라고는 안 느껴지는 그 기묘한 맛은 한식과 절묘하게 어울린다. 삼겹살, 회, 한식의 각종 국물요리들을 양주와 마실 수는 없지 않은가. 특히 나 같은 한식파라면. 아까도 말했듯이, 내가 찾는 술의 기능을 가장 확실하게 수행하는 녀석은 역시 소주밖에 없다는 것이다.
술은 취하게 해 주면 그만이다. (고급 양식, 일식 요리들을 양주 혹은 사케 등과 페어링하는 것은 적어도 나에게는 음주라고 여겨지지 않는다. 그건 그냥 미식 행위다.) 주량이 그렇게 세지도 않지만 또 약하다고 얘기하기도 어려운, 한 상위 40% 정도에 들 법한 주량을 가진 나에겐 취하기 위해서 소주만큼 적합한 주류가 없다. 그럼 왜 그렇게 취하고 싶은가? 취하면 기분이 좋으니까. 좋은 일이 있을 땐 더 기분 좋아지고 싶으니까 마시고, 슬픈 일이 있을 땐 기분이 나아지라고 마시고, 아무 일도 없을 때 심심하니까 마시고. 그냥 마시는 거다. 인생 뭐 있냐. 하루하루 그냥 버텨가며 사는 거지. 물론 건강도 생각해야겠지만 아무튼 완전히 금주하고 사는 건 불가능할 것 같다.
이런 나를 보면 주변인들은, 내가 술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면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하지 말라고 타박을 한다. 근데 진짜로 나는 취한 걸 좋아하는 거지 술 마시는 걸 좋아하는 게 아니다.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그 두 가지는 분명 다르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나의 술, 소주는 진짜 맛이 없다. 단 한 번도 맛있다고 느껴본 적이 없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소주를 내 혀와 목구멍에 닿게끔 하는 방식으로 섭취하기보다 차라리 주사기에 담아서 혈관에 그대로 꽂고 싶다. 그럼 맛없는 맛은 안 느끼고 술기운만 느낄 수 있을 거잖아. 미친 사람 같은가? 아주 틀리지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