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많은 사람

게으른 사람인가?

by 권권우

여러 매체들에서, 아니 당장 주변에서도 하루에 두세시간씩만 자고 며칠을 버티는 사람들을 본다. 너무 일이 많다보니 잠 잘 시간이 없었다고 한다. 태어난 후부터 지금까지 거의 그렇게 해 볼 엄두를 못 내본 나로써는 신기하기만 하다.


일이 많아 바쁠 때 늦게까지 자지 않거나 밤을 새본 적이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랬던 적은 셀 수도 없이 많다. 다만 그런 하루를 이틀 이상 연속적으로 보내본 적이 없을 뿐이다.

대학교 2학년 때, 한 수업에서 레포트 40장을 한 학기 과제로 받은 적이 있다. 당연히 그 수업 말고도 듣는 수업은 많았고 다른 과제 역시 섭섭지 않게 있었다. 그 과제물이 너무나도 거대한 산 같이 느껴져서 학기가 거진 끝나갈 때까지도 손을 못 대고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제물을 내지 못하면 성적은 엉망으로 받을 게 뻔했고, 몇백만원의 등록금을 (부모님 손을 빌려) 낸 이상 그냥 모른 척할 수는 없었다. 결국 어느 날 저녁 결심을 하고 책상 앞에 앉았다. 대략 저녁 8시 경에 노트북을 열었고, 다음날 아침 7시까지 계속 자판을 두드렸다. 내가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로 그냥 나오는대로 막 지껄였더니 어찌저찌 분량이 나오더라. 완전히 꽉 채우진 못했지만 대충 8-90% 정도 충족할 정도로. 퇴고 따위 하지 않은 채 바로 제출해버렸고 그대로 기절해서 저녁에나 눈을 떴다. 결론은 하룻밤을 새긴 했지만 그 다음날 중요한 일이 없었고, 그래서 하루종일 잘 수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는 말이다. 내가 사람들을 대단하다고 여기는 건 단순히 밤 새서 일을 한 그 행위가 아니라, 그 일을 하고 난 뒤에 바로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강철체력까진 아니지만 그렇다고 병약하지도 않은데 유독 잠에 취약하다. 충분히 잠을 자지 못하면 하루가 망가져버린다. 아예 밤에 잠을 자지 못한 경우에 각성 상태가 돼서 반쯤 미친 상태로 이틀까지 버티는 건 어떻게 할 수 있겠다. 그런데 하루에 두세시간씩 자고 일주일을 버티는 그런 사람들을 보면 도대체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 모르겠다. 하루만 해도 죽을 맛인데.


체질적으로 잠이 많은 건지, 그냥 게으른 건지 잘 모르겠다. 남들은 9시에 출근해서 6시에 퇴근하는 삶을 보내면서도 짬짬이 운동도 하고 공부도 하는 것 같은데, 나는 잘 안된다.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온 건지도 감이 잘 안 잡히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는 더더욱. 도대체 초저녁에는 왜이렇게 미친듯이 잠이 쏟아지는지. 그 시간에 냅다 잠들면 또 새벽에 깨서 생활 패턴이 엉망이 될 텐데.


잠 자는 시간을 너무 사랑하지만 조금만 덜 자도 괜찮았으면 좋겠다. 진짜로 눈을 뜨고 있는 것만도 노동처럼 느껴지니 아주 돌겠다고.

그리고 자기연민도 정도껏 해라. 객관적으로 대단한 풍파 겪어본 것도 아니잖아. 목숨 걸고 열심히 해본 적도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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