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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그리고 리트리버

by 권권우

나를 아는 사람들에게 내가 어떤 사람이냐고 물어본다면, 아마 밝고 유쾌하고 따뜻한 사람이라고 답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야. 그런 뉘앙스의 답변을 다 포함해도 그래. 그게 억울하거나 슬프진 않아. 실제로도 나는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니야.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 그럼 실제로는 나는 어떤 사람이야? 만약에 내가 다른 누군가에 대해 질문을 받고 그 사람에 대해 말한다면 나의 말은 실제로 그 사람을 투영하고 있어?

실제로 어떤 사람인지를 안다는 건 그 자신에게조차 허락되지 않은 일일지도 몰라. 어쩌면 ‘실제로는 어떤 사람‘이라는 어구 자체가 모순일 수도 있지. 아,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밝고 유쾌하고 따뜻한 사람이 아니라는 건 너무 명백한 사실 같네.


리트리버

아무리 생각해도 역시 나는 사람보다는 동물이, 특히 강아지가 좋다. 어떻게 저렇게 사랑스럽고 귀여울 수가 있지? 어린아이들에게도 같은 감정을 느끼지만 그 크기가 강아지를 대할 때보다는 약한 것이 사실이다.

천진난만한 눈망울을 하고 해맑은 웃음으로 달려오는 리트리버를 볼 때면 죄책감마저 든다. 이렇게 아름다운 존재가 고작 나에게, 그것도 아무 조건도 없이 저런 얼굴을 보여주는 것이 너무나도 불공정한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나는 평생을 살아도 너의 그 웃음을 닮아갈 수 없을 것 같다. 그저 가능한 자주 그 웃음을 마주하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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