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남의 개, 시골개 ‘덕구’

짧은 줄에 묶였지만, 내 마음을 풀어주던 친구

by 메종무던

아침마다 창밖을 바라보며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오늘 덕구는 밥을 먹었을까. 간식은 좀 줘볼까.”


남의 개인데도, 내 하루는 늘 덕구의 안부에서 시작되곤 했다.


하얗고 긴 입매를 가진 녀석. 주인은 토종 진돗개라 했지만, 내 눈에는 그저 귀여운 흰둥이일 뿐이었다.

품종이 무엇이든 상관없었다. 슈퍼 앞 작은 우리에 갇혀 있던 덕구는, 존재 그 자체로 귀했다.


작은 덕구가 처음 우리 앞에 왔을 때, 단조롭던 풍경에 온기가 스며들었다.

마켓 앞에는 늘 비료 포대와 채소 상자가 놓여 있었고, 그 사이로 덕구가 세상 구경을 하곤 했다.

작은 발로 흙을 헤집고, 불린 사료를 오래도록 맛보다가, 한낮 햇살에 몸을 맡긴 채 곤히 잠들던 모습.

소소한 몸짓 하나에도 웃음이 났다.


애틋함도 함께였다. 짧은 목줄에 묶여 좁은 우리 안을 지내야 하는 현실은 늘 마음을 짓눌렀다.


몇 달이 지나자 덕구는 눈에 띄게 자라 있었다.

출근길, 점심시간, 저녁 무렵마다 눈을 맞추고 인사를 나누었다.

꼬리를 흔들며 다가올 때마다, 장난기 어린 눈빛을 보낼 때마다 정은 깊어졌다.


어느 순간부터는 스스로 묻게 되었다.

‘내 개도 아닌데, 왜 이렇게 마음이 쓰일까.’


점심 식당에서 고구마가 후식으로 나온 날이 있었다.

따끈한 밤고구마를 한입 베어 물던 순간, 덕구가 떠올랐다.

사료 외엔 다른 간식을 맛볼 기회가 없던 녀석.


결국 고구마를 티슈에 싸 들고 마켓 앞으로 향했다.

식은 고구마를 건네자, 덕구의 눈동자가 또렷하게 커졌다.

검은 눈이 둥글게 열리며 말하는 듯했다.


“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어요.”


그 눈빛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다.


힘겨운 날이면 어김없이 덕구가 그 자리에 있었다.

예상치 못한 사람과 일에 시달려 기운이 다 빠진 날,

사무실 문을 나서자 꼬리를 흔들며 반겨주는 모습이 있었다.


마음속 무게가 스르르 풀려내려가는 웃음과 함께.

마치 “괜찮아, 네 편이야” 하고 말해주는 듯했다.


언제부턴가 동료들은 나를 ‘덕구 엄마’라 불렀다.

책상 위에 덕구 간식이 늘 준비되어 있었으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이러다 산책까지 시키겠다”는 농담이 오갈 때마다, 마음 한쪽이 쓰였다.

정말 덕구는 산책을 해본 적이 있을까.

짧은 줄에 묶여 살아가는 시골개에게는 아마 낯선 경험일지도 몰랐다.


어느 일요일, 밀린 일을 마무리 짓고 덕구 주인에게 용기를 내어 물었다.

“덕구 데리고 공터 한 바퀴 돌아도 될까요?”


“아이, 그럼요. 왜 안되겄슈.”


허락이 떨어지자 덕구는 처음 세상을 맞이한 듯 신나게 뛰어다녔다.

풀잎을 밟고, 꽃향기를 맡고, 바람에 얼굴을 스치며.

꼬리가 끊어질 듯 흔들렸고, 눈빛은 환한 웃음으로 가득했다.


그 시간 속 덕구는 기쁨 그 자체였다.


인사이동으로 그곳을 떠나야 했을 때, 마음이 참 참 허전했다.

책상 위 덕구 간식 컬렉션을 후임자에게 건네며 부탁했다.


“가끔 바람 쐬러 나가실 때 하나씩 줄 수 있을까요?.”


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자리는 덕구를 사랑하는 사람만 오는 것 같네요.”


남의 개였지만, 내 소중한 무엇이었던 덕구.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를 덕구에게서 위로받았다.


짧은 줄에 묶여 지내던 시골개의 삶.

잠시나마 우리가 나눈 눈빛과 추억으로 덕구도 위로를 받았기를.


겨울이 지나고 여름이 와도, 덕구가 여전히 궁금하다.

추운 날에도, 더운 날에도, 그 좁은 우리 안에서 잘 지내고 있을까.


덕구는 여전히 내 마음을 조용히 덮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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