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프의 요정에게 묻다

아직 꺼지지 않은 소망

by 메종무던

어느 밤, 알라딘의 한 장면을 보다가 생각이 멎었다. 내게도 그 기회가 주어진다면, 남은 생을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까. 몇 개는 이미 흩어버린 건 아닐까, 아직 손대지못한 채 남아 있는 걸까.


첫 번째 순간은 오래전에 찾아왔다. 합격 통보서 한 장이 책상 위에 놓여 있던 날. 서툰 적응 속에서 기회를 흘려보내기도 했지만, 그날은 분명 내 삶의 축 하나가 바뀌던 날이었다. 환한 전등불 아래, 서류철의 냄새와 함께 사무실 공기마저 이질적인 빛으로 흔들리던 기억은 지금도 또렷하다.


마음은 채워진 것보다 모자람에 오래 붙잡히고, 이미 가진 것보다 잃어버린 자리에서 발목이 잡힌다.


남은 두 번의 기회가 여전히 어딘가에서 숨을 고르고 있기를 바란다. 언젠가 갈림길에 섰을 때, 전부를 걸어도 아깝지 않을 만큼 간절한 순간이 찾아오기를. 그때는 주저함 없이, 흔들림 없이, 눈앞의 기회를 품어 안고싶다.


그 밤, 나는 상상한다. 램프의 요정을 불러내어 조심스레 묻는다.

“내게 남은 소원은 몇 개입니까.”


이미 모두 써버렸다는 대답이 돌아온다면, 손끝에 남을 허전함을 나는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 그러나 지나온 길은 정해진 횟수의 소원을 지워가는 여정만은 아니었다.


매일의 틈새에서 흘러나온 바람 같은 바람들이 하루를밝혀왔다. 누군가의 웃음, 불현듯 건네진 위로, 오후 창가에 내려앉던 빛. 그 작은 결들이 포개지고 겹치며 지금의 나를 세워왔다. 거대한 소원 하나보다 은밀한 축적이 더 깊이 스며들었다.


행운 또한 소원의 또 다른 얼굴이었다. 큰 병으로 쓰러지지 않고 살아왔다는 것, 무탈한 하루가 이어졌다는 것, 맑은 정신으로 오늘을 기록할 수 있었다는 것. 언뜻사소해 보이지만, 돌이켜 보면 그 하나하나가 오래전부터 내 곁을 지켜온 은밀한 응답이었다.


램프의 요정은 속삭인다.

“어둠 속에서 기다리는 존재가 아니라, 마음 깊은 곳에서 묵묵히 불씨를 지켜야 한다.”


남은 소원의 숫자를 헤아리며 불안해하기보다, 지금 이 순간을 하나의 소원이라 여기며 오래 음미하라고. 또 언젠가 마지막 소원이 눈앞에 나타나더라도 담담히맞이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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