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가 아닌, 저마다의 단품으로 채워지는 인생
로션 한 통이 바닥을 보이기도 전에 또 다른 로션을 집어 들었다.
며칠 사용해 보니, 이전 것보다 훨씬 피부에 잘 맞았다.
아침마다 거울 앞에 서서 얼굴을 매만질 때면 예민한 피부가 모처럼 숨을 고르는 듯했고, 남은 로션의 미련 따위는 새로운 촉촉함 앞에서 단박에 사라졌다.
만족은 때로 이렇게 단순하게 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퇴근길, 불빛이 환히 켜진 올리브영 간판이 시선을 붙잡았다.
‘세일’이라는 말은 언제나 사람 마음의 균형을 흔든다.
그저 구경만 하겠다는 다짐은 허망하게 무너지고, 로션과 같은 라인의 토너, 폼클렌징, 아이크림이 줄줄이 장바구니에 담겼다.
'환절기에는 관리가 필요하다, 잘 맞는 제품을 다시 만나기 어렵다.' 핑계는 끝도 없이 늘어났다.
계산대를 지나 쇼핑백을 들고 나오던 순간, 피부와 삶이 동시에 나아질 것만 같아 마음은 들떴다.
기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 차례로 써 본 결과, 로션만 제 몫을 다했고 나머지는 모조리 실망이었다.
토너는 바르자 따갑기만 했고, 폼클렌징은 개운한 듯 보였으나 곧바로 피부를 메말라게 했다. 아이크림은 보습은커녕 눈가에 간질거림만 남겼다.
같은 라인이라 성분도 비슷하기에, 피부에 다 맞을 거라 생각했다.
결국 전체가 다 맞기를 바란 건 욕심이었고, 그 바람은 낭비였다.
사람 사이도 다르지 않다. 기대와는 달리 맞는 건 한쪽뿐일 때가 많다.
일에서는 환상의 호흡을 보여주던 동료가 소통의 결에서는 쉽게 불협화음을 내기도 하고, 경제관념이 꼭 맞는 친구가 정작 시간 약속에는 무심해 여행길을 곤란하게 만들기도 한다.
겉으로는 한 라인처럼 단정해 보이지만, 가까이 지내고 나서야 드러나는 결이 있다.
관계란 결국 겪어 보아야 알 수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이 완벽히 맞아떨어질 필요는 없다. 전부를 기대하다 보면 정작 나를 편안하게 하는 단 하나의 결을 놓치기도 한다.
오래 곁에 남는 건 언제나 전부가 아니라, 나와 가장 잘 맞는 그 한 부분이다.
피부에는 로션 하나만 제대로 맞아도 감사할 일이고, 마음에는 단 한 사람의 어느 한 면만 나와 어울려도 삶은 덜 외롭다.
인생이란 풀세트를 완성하는 일이 아니다.
제각각의 단품들이 모여 저마다의 조화를 이루듯, 삶 또한 그렇게 불완전한 조합 속에서 빛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