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밤, 남의 회식이 빨리 끝나길 바라며.
비 오는 길을 걷는다는 건 작은 호사다.
우산 끝에 매달린 빗방울은 제멋대로 박자를 만들고,
도시의 소음은 빗물에 잠겨 뒷자리로 밀려난다.
삼겹살집 유리창 너머에는 또 다른 풍경이 번지고 있었다.
불판 위에서 튀는 기름, 연기 너머로 겹겹이 쌓이는 웃음,
술잔이 부딪히며 번지는 목소리.
창문에 서린 김이 얼굴을 흐릿하게 가렸지만,
그 속에서 오가는 감정의 결은 오히려 선명했다.
어떤 이는 술에 취해 과장된 환호를 쏟아냈다.
어떤 이는 반쯤 남은 잔을 기울이며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같은 불빛 아래 앉아 있으면서도
저마다의 마음은 전혀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회식의 풍경은 언제나 두 겹으로 겹쳐진다.
한쪽은 들뜬 소란, 다른 한쪽은 벗어나고픈 갈망.
빗속으로라도 뛰쳐나가고 싶은 그 마음이
오늘의 풍경에 더 잘 어울린다.
비는 언제나 정직하다.
들뜬 웃음도, 눌러 삼킨 한숨도
그 앞에서는 차별 없이 젖어든다.
금요일 밤, 빗길 위를 걷는다.
유리창 너머의 환호와 우산 아래의 고요가 겹쳐지고,
빗방울이 한 줄 한 줄 대신 기록을 남긴다.
그 기록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누구나 품고 있는 은밀한 고백에 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