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제육볶음이 알려준 소소한 행복학

없는 중에도 웃게 해주는 것들에 대하여

by 메종무던

긴축재정의 시대에도 제육볶음이 먹고 싶은 순간들이 있다. 월급이 영혼처럼 들어왔다가 사라져 버린 어느 일요일, 5만 원으로 한 주를 버텨야 하는 현실 앞에서 냉장고 문을 연다.


운명처럼 양파 한 개가 홀로 굴러다니고 있고, 냉동실에는 고기 한 덩이 찾을 수 없다. 냉장고 구석진 곳에서 어묵 몇 장이 애처로운 눈빛을 보내고 있을 뿐이다.


가짜 제육볶음의 탄생은 그렇게 시작된다.

어묵을 고기 대용으로 볶아내니 그럴듯한 색깔이 난다. 고춧가루와 간장, 설탕을 넣고 지글지글 볶으니 냄새까지 제법 그럴듯하다. 멀리서 보면 진짜 제육볶음이라 해도 믿을 만큼 완벽한 비주얼이 완성된다.


처음 한 젓가락은 달콤했고, 두 번째는 제법 근사했다. 그런데 씹을수록 어묵 특유의 탱탱한 질감이 현실처럼 뚝, 하고 다가왔다.


어차피 먹고살기 위한 일인데 그냥 고기를 사서 제육볶음을 만들어 먹을 것을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5만 원이면 제육 한 번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서글픔에 젓가락을 놓고 오랜만에 주식 앱을 열어본다. 빨간 숫자들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아, 그래서 어묵으로 제육볶음을 만들어 먹고 있는 것이구나. 현실을 직시하는 순간 다시 가짜 제육볶음을 먹기 시작한다.


한 젓가락 두 젓가락 먹어가다 보니 이것도 나름의 미학이 있다. 없는 중에도 있는 척하는 기술, 가진 것으로 최선을 다하는 자세. 어묵이라고 해서 맛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제육볶음이 아닐 뿐이다.


많은 것들이 이와 비슷하다. 진짜가 아닌 것들로 진짜를 대체하며 지내는 일들. 비싼 브랜드 대신 노브랜드로, 카페 대신 집에서 내린 커피로, 해외여행 대신 근교 나들이로. 그런 대체품들이 때로는 예상보다 괜찮을 때가 있다.


가짜 제육볶음을 다 먹고 나니 배는 부르다. 지갑은 여전히 가볍지만 마음은 조금 가벼워진다. 진짜가 아니어도 위로가 될 수 있다는 느낌표와 함께.


행복이라는 것도 이와 비슷한 게 아닐까. 거창한 것, 완벽한 것만이 진짜 행복은 아닐 것이다. 때로는 가짜 제육볶음을 먹으며 느끼는 이런 소소한 만족감도 충분히 행복의 한 조각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상황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다. 없으면 없는 대로 즐기는 능력, 가진 것으로 최선을 다하는 자세. 그런 것들이 모여서 일상을 웃게 만든다.


가짜 제육볶음이 알려준 소소한 행복학, 그 결론은 단순하다. 행복은 진짜가 아니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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