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에서 그녀가 커피를 쏟은 이유

올이 풀려버린 실처럼

by 메종무던

일요일 오전 10시 30분.

생일 쿠폰을 쓰겠다며 아이패드 하나를 들고 스타벅스문을 열었다.

벽 쪽 콘센트 자리는 이미 부지런한 사람들 차지였다.

노트북 자판 소리, 형광펜 긋는 소리, 머그컵이 테이블에 내려앉는 작은 ‘톡’ 소리까지 어우러졌다.

창가에 앉아 뜨개질을 하는 중년 여성이 눈에 들어왔다. 바늘과 실이 일정한 박자를 만들고 있었다.

그 맞은편 빈자리에 가방을 내려놓았다.

강의 영상을 켰지만, 금세 유튜브로 넘어갔다.

시간은 무심하게 흘렀고, 아메리카노는 바닥을 드러냈다. 케이크가 먹고 싶어졌다.


블루베리 치즈케이크를 주문하고 돌아오는 길, 무심코그녀를 바라봤다.

바늘이 멈춰 있었다.

시선은 창밖에 머물렀다.

몇 초간 멈춰 있다가, 다시 고개를 숙이고 바느질을 이어갔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사람들의 자리와 얼굴이 바뀌었다.

그때 문이 열리고, 머리카락이 허리까지 내려오는 여성과 검은 셔츠 차림의 남자가 들어왔다.

그들은 뜨개질 여성과 나의 대각선 테이블에 앉았다.

트레이가 내려앉는 소리.

컵이 테이블을 스치는 마찰음.

처음엔 낮은 목소리였지만, 몇 분 지나지 않아 높아졌다.

말이 빨라지고 어조에 힘이 들어갔다.


그 순간, 뜨개질 여성의 고개가 천천히 대화를 따라 들렸다.

바늘 끝이 허공에 멈춰 있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아이스 아메리카노잔을 집어들었다.

차가운 물줄기가 화려한 머리 위로 쏟아지고,

얼음이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매장 안에 퍼졌다.

긴 머리 여성은 벌떡 일어나 외쳤다.

"왜 이러세요! 미친 사람 아니에요?"

목소리는 컸지만, 놀람이 묻어 있었다.

뜨개질 여성은 숨을 고르고 말했다.

"미친 건 너지. 부끄럽니? 남의 가정 망친 상간녀가, 우리 집 앞에서 커피를 마셔?"


순간, 카페 안의 모든 시선이 그 테이블로 쏠렸다.

남자는 빠르게 문을 향해 걸었고,

여성은 “교양이 없으니…”라는 말을 남기고 뒤따랐다.

문이 닫히자, 매장 안이 다시 조용해졌다.

바닥엔 커피와 얼음이 흩어져 있었다.

직원이 다가오자, 뜨개질 여성은 "내가 닦겠다"며 사과했다.

괜찮다는 말에도, 고개를 저으며 바닥을 직접 닦았다.

방금전까지도 웃음소리를 나누던 테이블들도 침묵을 지켰다.

그녀는 실과 바늘을 차곡차곡 정리하고, 직원들에게 한 번 더 고개를 숙인 뒤 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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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그 스타벅스를 찾을 때마다 몇 해전의 장면을 떠올린다.

그녀가 엮던 건 단순한 실이 아니었을 것이다.

배신과 상처로 풀려나간 세월의 매듭.

그 매듭을 눈앞에서 끊어버린 사람들 앞에서 또다시 풀려 내린, 그녀의 일상이었을 것이다.

그날 그녀의 눈동자는 얼음처럼 차갑고, 실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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