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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꿘새댁 Mar 28. 2024

ENFP 남편과 사는 ISTJ 여자.

나와 잘 맞는 결혼 상대를 찾고 싶다면.

 MBTI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 이제는 더 이상 혈액형이 아닌 MBTI 유형으로 상대의 성향을 파악한다. 나는 사실 MBTI를 그렇게 맹신하는 타입은 아니다. 적당히 참고만 하는 정도. 그러나 살다 보니 MBTI는 과학이라는 말에 공감하는 순간도 종종 있어 예전에 비해서는 MBTI를 조금 더 믿게 되었다. 


 가장 크게 놀라웠던 건 MBTI 검사를 해본 후 결과를 받았던 순간. ISTJ 여자 사람인 나는 ISTJ가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읽어보면서 너무 놀라웠다. 100%라고는 할 수 없지만 90% 이상 나의 성향에 대해 분석당한 느낌이랄까. 누군가 내 머릿속에 잠시 들어갔다 나온 기분이었다. 더욱이 나는 ISTJ 항목별 성향 비중이 다 극도로 높게 나오는 편이라 뼛속 깊이 찐 ISTJ라고 할 수 있는 타입의 사람이다. 그래서 더욱 ISTJ 분석 내용을 읽어보며 놀라웠던 것 같다.


 또 한 번 MBTI가 놀라웠던 건 ENFP 남편과 함께 살면서이다. 전형적인 ENFP 성향을 갖고 있는 남편은 나와는 MBTI가 정 반대이다. 연애할 때는 서로 같이 보내는 시간이 한계가 있다 보니 크게 체감하지 못했지만, 결혼을 해서 같이 살다 보면 서로의 성향이 명확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다. 남편에 대해 점점 알아갈수록 남편은 내가 알고 있는 ENFP의 성향을 참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이다. 나도 나지만 나랑 가장 가까운 사람을 지켜보니 MBTI는 정말 과학일까 싶을 정도로 많은 부분이 맞아떨어졌다.


 ENFP 남편과 살면서 내가 느끼는 최고의 장점은 바로 공감 능력이다. 아무리 파워 T 성향의 여자라 해도 여자는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공감 능력을 탑재하고 태어나며 호르몬 등의 작용에 의해 감수성이 풍부해지는 순간이 종종 찾아온다. 그럴 때 남편의 공감 능력은 나의 마음을 위로해 주는데 매우 큰 역할을 한다. 두 번째 장점은 바로 풍부하고 긍정적인 상상력이다. ISTJ 성향의 나는 매우 현실적인 타입이라 기본적으로 상상이라는 행위를 잘하지 않는다. 내가 상상을 하는 경우는 어떤 일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서 여러 경우의 수에 대해 생각을 하는데 보통 긍정적인 상상이라기보다는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하는 상상을 하기 때문에 다소 부정적인 경향이 있다. 이런 내게 남편의 긍정적이고 풍부한 상상력은 매우 흥미롭고 때로는 불안한 마음을 긍정적으로 승화시켜 주는 작용을 한다. 마지막 최고의 장점은 생각지 못한 발상과 톡톡 튀는 에너지로 상대를 즐겁게 해 준다는 것이다. 나의 경우 차분하고 무덤덤한 성향을 갖고 있는데 남편은 좀 더 넘치는 에너지와 톡톡 튀는 생각으로 상대의 에너지 레벨을 같이 올려주는 능력을 갖고 있다.


 물론 같이 살다 보면 서로 잘 맞는 부분도 맞지 않는 부분도 공존하기 마련이지만 나는 ENFP 남편과 살고 있는 게 즐겁다. 그리고 아예 다른 성향의 남편과 살다 보니 어릴 적부터 풀리지 않던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게 되었다. 우리는 대부분 사랑하는 상대를 만나는 데 있어 나랑 비슷한 성향의 사람을 만나는 게 좋을지 아니면 반대의 성향을 만나는 게 좋을지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는 이 고민에 대해 결혼해 보기 전까지는 명확한 답을 찾기 어려웠다. 그런데 결혼을 해서 반대의 성향의  남편과 살다 보니 자연스레 내게 맞는 정답을 알게 되었다. 직관적이고 현실적이며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에 집중하는 나의 경우는 나와 다른 성향의 사람을 만나는 게 상호보완적이라는 점에서 내게 맞는 선택이었다. 반대로 비슷한 유형의 사람과 같은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며 공감하는 걸 최우선시하는 사람이라면 반대의 성향보다는 비슷한 타입의 상대가 더 적합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즉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먼저 파악해야 나와 잘 맞는 결혼 상대를 찾을 수 있다.


 우리 부부는 이제 아이가 태어나면서 함께 육아를 하며 가장 고난도 팀플레이를 시작했다. 아이가 태어나니 아예 다른 삶이 되면서 더욱 부부의 협업이 중요해진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서로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잘 이어가며 육아를 해내고 있다. 결혼은 정말 현실이다. 많은 부분이 연애처럼 마냥 예쁘기보다는 현실에 가깝다. 이런 결혼 생활을 잘 해내기 위해 스스로의 성향을 먼저 잘 파악한다면 내게 맞는 최고의 배우자를 만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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