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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꿘새댁 Apr 04. 2024

그래서 너는 괜찮아?

감정은 쏟아내야 다시 담을 수 있더라.

 많은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는 우울증. 사실상 사람마다 우울증이 나타나는 형태와 강도가 다를 뿐 대부분의 현대인들과 함께 하고 있는 흔한 증상이다. 나도 마찬가지로 살아오면서 내가 어느 정도 조울증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느 때는 기분이 갑자기 좋다가 금새 우울해지기도 하는 경우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감정이란 것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게 당연하기도 한데 그냥 감정 기복인 건지 아니면 이런 감정 기복이 조울증인 것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그러나 확실한 건 난 지금까지 우울함이 찾아온다고 해서 알 수 없는 울컥함이 자주 동반되진 않았었기에 조울증이라 하더라도 그냥 남들 다 있는 정도의 평균 수준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던 것 같다.


 그런데 출산을 하고 나니 우울함이 형태가 달라졌다. 그동안 없었던 알 수 없는 울컥함이 종종 찾아온다. 왜 울컥하냐고 물으면 매번 구체적인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사랑스러운 아기를 보면 너무 행복하고 괜찮다가도 육아를 하다 잠시 숨 돌리는 그런 잠깐의 쉬는 시간이 되면 여유가 찾아온다기보다 이유 모를 스트레스와 답답함 그리고 울컥하는 우울한 마음이 동시에 찾아온다. 생각보다 감정에 무딘 편이고 무덤덤한 경향이 있어서 나에게는 산후우울증이 찾아올 것 같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기를 원래 너무 좋아했던 사람이라 내 자식이 생기면 너무 사랑스러운 감정이 그런 힘든 마음이 들지 않게 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 생각보다 호르몬의 힘은 강했고 육아는 어려웠다. 나는 육아를 힘들다기보다는 어렵다고 표현하고 싶다. 육아가 아니더라도 인생에 쉬운 것은 딱히 없었고 아직까지는 출산한 지 한 달 정도밖에 되지 않아 번아웃이 올 정도의 타이밍은 아니다. 육아에 있어 가장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은 '완벽'이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동안 해왔던 일들과 다르게 육아는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뿐더러 애초에 내 마음대로 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 중요시하는 것들에 있어서는 소리 없이 완벽주의 성향을 갖고 있는 터라 내가 완벽하게 잘 해내고 싶은 것이 내 뜻대로 되지 않으면 혼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이런 성향이 스스로를 힘들게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누구라 그렇듯 사람의 타고난 성향은 잘 바뀌지 않는다. 나 또한 편하게 생각해 보려고 노력하고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는 합리화를 하며 스스로를 달래 보지만 쉽게 괜찮아지지 않는다. 


 언제나 그렇듯이 나에게 육아를 하며 새롭게 찾아온 어려운 감정과 상황은 분명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이 지나면 더 단단해지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래도 이전의 나와 비교하면 스스로의 성향에 대해 알고 있고 앞으로 나아질 순간이 온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름 큰 발전을 했다. 그전에는 내가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왜 때문에 이렇게까지 힘든 것인지 잘 몰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느끼는 바로는 육아는 앞으로도 쉬워지진 않을 것 같다. 내가 한 가지 단계에 적응할 때쯤이면 내 아이는 이미 더 커있을 것이기 때문. 그러면 또다시 새로운 단계가 시작되면서 매번 새로운 어려움에 봉착하게 될 것 같다. 이렇게 매번 새로운 육아의 세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단단해지는 것뿐이다. 


 그런데 요즘처럼 뭔지 모르게 무기력하고 우울한 일상에 단단해진다는 것은 꼭 불가능처럼 느껴진다. 막연하고 어렵고 잠이 부족한 탓에 몸은 나날이 피곤하고 힘들어진다. 그렇게 나도 모르게 쌓인 피로와 어려운 감정들이 순간순간 울컥함으로 찾아오는 듯하다. 어젯밤은 유난히 더 힘든 저녁이었다. 그러다 보니 외면했던 울컥했던 감정들이 결국 터져버렸다. 그렇게 한번 터뜨리고 나니 마음은 한결 가벼웠다. 감정을 터뜨린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진 않지만 최소한 내 힘든 마음은 어느 정도 해소된 기분이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여전히 새벽 수유로 피곤한 상태로 눈을 떴지만 어제보다는 조금이라도 나아진 기분이었다. 우리네 감정은 보이지 않지만 꽉 차면 넘치고 결국 한 번은 쏟아내야 새로 담을 수 있는 욕조에 담긴 물과 유사해 보인다. 그렇게 쏟아내고 새로 담을 공간을 만들면 그때서야 새로운 감정이 들어올 자리가 생긴다.


 비록 새로운 감정이 매번 긍정적인 감정이 아닐 수 있지만 한 번은 나의 부정적인 감정을 덜어냈다는 점에서 어떤 감정이던 비워낸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나름의 힘든 감정을 해소하고 있지만 앞으로 장기적인 육아 라이프에 있어 어려운 감정을 현명하게 해소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 해보고 있다. 사랑하는 딸을 봐서 행복한 엄마가 아닌 스스로 행복하고 단단한 엄마가 되어 내 딸을 더 사랑스럽게 바라볼 수 있는 내가 될 때까지 주기적으로 감정을 덜 어내며 나만의 힐링 포인트를 일상에서 찾아내야겠다. 


 누군가 나에게 괜찮냐고 물어볼 때 진정으로 괜찮은 내가 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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