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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꿘새댁 Jan 12. 2024

임신 후기, 신체 및 감정 변화

30주 임산부 꿘새댁의 솔직 기록

 

 임신 30주에 진입했다. 알콩이가 40주를 꽉 채우고 태어날지 좀 더 빠르게 태어날지 알 수 없다 보니 이젠 정말 임신 기간이 10주 이내로 남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임신 후기에 들어오면서 눈에 띄게 신체 및 감정 변화가 많아지고 있어 이를 기록하고 공유해 보려 한다. 


임신 후기 신체 변화

▶ 만삭 수준의 배

 그동안은 맨투맨이나 후드티를 크게 입으면 배를 가릴 수 있었는데 이제는 가려지지 않는다. 27주 이후쯤부터 배가 많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어느덧 만삭 수준의 배 크기가 되었다. 배가 나오면서 배꼽도 많이 튀어나와서 입체적인 모양을 하고 있다. 특히 배꼽 윗부분이 많이 튀어나온 모양새가 만져보면 참 신기하고 귀엽기도 하다. 배꼽 밑으로만 존재감을 드러내던 임신선도 어느새 배꼽 위쪽까지 올라와서 훨씬 선명한 형태를 하고 있다. 이젠 누가 봐도 만삭 임산부의 배 형태를 다 갖춘 느낌이다.


▶ 호흡기의 변화

 호흡기의 변화도 두드러진다. 초산이라 그런지 다른 산모들에 비해 배 크기가 큰 편에 속하지는 않아서 그동안은 호흡에 불편함을 심하게 느끼진 않았다. 그러나 임신 후기가 되니 호흡이 확실히 불편하고 조금만 컨디션이 떨어지거나 배가 불러도 숨이 먼저 찬다. 이는 성장하는 태아가 흉부의 압박을 늘리기 때문에 당연한 임신 후기 증상 중 하나라고 하는데 나는 이 증상이 중기에서 후기 넘어오면서 가장 빠르게 체감한 힘든 변화이다. 특히, 후기가 되면서 먹는 양도 늘어나고 배도 더 자주 고파지는데 조금만 배부르게 먹어도  바로 숨이 차는 증상이 나의 먹는 자유를 침해하는 것 같아 매우 불편하게 느껴진다. 


▶ 요통, 어깨 결림, 팔다리 저림 

 배가 많이 나오게 되면서 허리 통증이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났다. 한 번도 지탱해 본 적 없는 배의 크기와 무게를 감당하기 힘들었는지 요통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듯하다. 앞으로 30주 이후 넘어가면서 배가 더 나오게 될 텐데 그때를 대비해서 스트레칭이나 바른 자세 유지 등 허리 통증 완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그리고 요통과 동반된 새로운 증상은 팔, 다리 저림 현상이다. 임산부 치고는 붓기가 심한 편이 아니어서 저림 현상이나 쥐가 나는 현상은 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후기가 되니 어깨가 더 결리기 시작하더니 팔과 다리도 하나둘씩 저리기 시작했다. 수면 중에는 오른쪽 손이나 팔에 쥐가 나서 깨기도 한다. 


▶ 점점 고조되는 소화 불량과 지속적인 배탈

 임산부가 되면 식사에 자유가 생기는 특권이 생길 거라고 생각했었다. 다이어트에 해방되어 먹고 싶은 음식을 자유롭게 고르고 더 좋아진 먹성으로 내가 원하는 양만큼 배부르게 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완벽한 착각이었다. 임신 후기에 갈수록 윗배까지 많이 나오기 시작하니 조금만 배부르게 식사를 해도 소화불량에 시달린다. 게다가 임산부는 먹을 수 있는 음식도 제한적인데, 나의 경우는 임신 초기부터 지금까지 쭉 배탈로 고생하고 있는 탓에 더욱 메뉴 선택에 제한적이다. 차갑거나 자극적인 음식, 유제품, 인스턴트식품 등을 잘못 먹으면 배탈 증상에 바로 시달리고 이는 임신 중 빈혈로 이어졌다. 과일 한번 내가 원하는 만큼 자유롭게 먹지를 못 했고 임신 중기에 그렇게 먹고 싶던 우유는 입에 대기만 하면 심각한 배탈에 시달려서 대안으로 두유나 오트밀 우유를 찾게 되었다. 두유나 오트밀 우유도 먹고 나면 배탈 증상이 있긴 했지만, 일반 우유에 비하면 훨씬 양호했다. 임신하고 술보다 더 참기 힘들었던 아이스크림도 원하는 만큼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다. 배스킨라빈스 파인트 사이즈를 앉은자리에서 다 먹고 싶을 만큼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은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배탈이 심한 시기에는 아예 입을 대지도 못하기 때문에 과일이나 아이스크림을 못 먹었던 시절의 내적 서러움은 아마 평생 기억될 것 같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도 어제저녁으로 먹은 치킨이 뭐가 안 맞았는지 하루 종일 배탈에 시달렸다. 치킨도 임신 후에는 먹기만 하면 배탈이 나서 되도록 피하는 음식 중 하나다. 대안으로 누룽지 통닭을 먹었는데 여전히 배가 아픈 걸 보니 치킨 하고는 출산까지 이별해야 할 것 같다.


▶ 급격한 몸무게 및 체형 변화 

 내가 먹는 음식의 양과 별개로 임신 중후반부 이후부터는 몸무게가 고공행진 중이다. 물론 임신하고 먹는 양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임신 중기에서 후기가 되었다고 해도 위에 언급한 대로 소화 불량 때문에 먹는 양이 대단하게 늘지도 않았다. 오히려 임신 중기에 비하면 먹는 양이 줄어든 것 같은 느낌도 받는다. 그러나 내가 먹는 양과 관계없이 태아가 뱃속에서 성장하면서 만삭의 배가 되고 몸무게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임신 후 현재까지 13kg 정도 증량했다. 인생에 처음 보는 숫자이다. 그리고 신기한 것은 배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팔도 두꺼워지고 허벅지 살도 많이 붙었다. 허벅지 사이에 항상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던 나는 임신하고 안쪽에 살이 붙으면서 허벅지끼리 만나버렸다. 이 또한 처음 보는 몸의 형태이다.




임신 후기 감정 변화

▶ 남편이 얄미워진다

 임신 후기가 되니 남편이 얄미운 날이 많다. 스스로 몸이 더 힘들어지면서 예민해지는 것도 있겠지만, 나의 모든 고생이 마치 남편 때문인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면서 비교하게 된다. 나는 모든 게 변했는데 남편은 육안으로 보면 변한 게 없어 보인다. 맥주를 좋아하는 남편은 술과 궁합이 잘 맞는 음식을 먹을 때면 여전히 맥주를 마시고, 회식 자리에 참여하기도 하고, 좋아하는 운동을 하기도 한다. 물론 내가 임신하고 남편이 회식자리나 술 먹는 횟수를 현저하게 줄인 것을 알고 있다. 매주 가던 운동도 나를 위해 자제하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 배려가 고맙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여전히 나에겐 어쩌다 한 번이라도 할 수 있는 남편은 너무 자유로워 보인다. 특히, 밤마다 태동이 활발해지는 알콩이 때문에 새벽에 한번 깨면 다시 잠들기까지 한두 시간은 기본으로 뒤척이게 되는데 이때  잘 자고 있는 남편을 보면 또 그렇게 얄미울 수가 없다. 이런 나의 감정이 유치한가 싶어서 최근에 출산한 친구와 대화를 나눠보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한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남성분이 계시다면 이런 사실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훗날 가정의 평화를 위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무기력증 심화

 건강이 최고라는 어른들의 말씀은 틀린 게 하나 없다. 임신하고 몸소 체험하고 있는 컨디션의 중요성은 자연스레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체감하게 했다. 모든 임산부가 동의하겠지만 임산부의 컨디션은 날씨와 같다. 어느 날은 쨍하니 밝고 어느 날은 우중충한 하늘에 주룩주룩 비가 온다. 하지만 나 스스로도 눈을 떴을 때 그날의 컨디션을 예측할 수 없다. 그나마 쨍하니 밝은 날이 많으면 좋을 텐데, 아쉽게도 우중충한 날이 훨씬 많다. 그렇게 컨디션이 안 좋은 날이면 그날은 정말 아무것도 하기가 싫어진다. 뭘 해도 귀찮고 내 몸을 움직이는 것조차 너무 번거롭고 힘이 든다. 임신 후기에 몸이 무거워지면서 앉았다 일어나거나 자세를 바꾸는 게 점점 더 힘들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날은 기분도 점점 우울해지면서 알 수 없는 무기력한 기운에 빠지게 된다. 이런 날은 아이러니하게도 얄미운 남편이 더 필요한 날이다. 남편이 안아주고 달래주면 그나마 좀 풀리기 마련이다. 이럴 때 보면 인생은 참 알 수가 없고 나도 나를 알 수가 없다.


▶ 출산에 대한 두려움 고조

 임신 중기까지만 해도 출산에 대해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뭔가 아직은 먼 미래 같은 느낌을 받기도 했었고, 임신 중기까지 다양한 검사를 하다 보니 아기와 내가 문제없이 건강한 지가 가장 우선순위였다. 그런데 이제 30주 차가 다가오면서 갑자기 출산에 대한 두려움이 훅 들어왔다. 더 나아가 자연분만과 제왕절개 중 어떤 방식으로 출산을 할지 유튜브를 찾아보면서 출산 과정을 보게 되고 더욱 두려움이 커진 것 같다. 어느 쪽이든 좀 더 쉽고 편한 건 없어 보였다. 머릿속으로 알고 있었지만 막상 자세히 찾아보고 과정을 영상으로 보니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아직까지도 결론은 내리지 못했다. 아마도 주치의 소견을 따르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임신은 뭔가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없는 느낌이다. 어느 날 갑자기 임산부가 된 것처럼 어느 날 양수가 터지면 두려움을 끌어안고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채로 출산을 하고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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