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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꿘새댁 Jan 18. 2024

프러포즈를 준비한다면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어제는 하루종일 눈비가 와서 집콕을 했다. 집에서 하루종일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나로서는 일기를 써야 될 만큼 드문 날이다. 아무 일이 없어도 30분은 나가서 콧바람을 쐬고 와야 하는 성향. 그래서 오늘은 눈뜨자마자 짐을 챙겨서 나왔다. 나의 종착지는 올림픽공원에 위치한 카페. 넓고 한적하다. 아쉽게도 내가 원하는 다양한 종류의 빵은 없지만, 커피 한잔과 샌드위치를 주문하고 잠시나마 힐링의 시간을 즐겨본다. 그렇게 빵을 먹으며 한참을 멍하니 밖을 바라보다가 오늘 쓰고 싶은 글의 주제가 떠올랐다. 바로 남편에게 받은 프러포즈에 대한 이야기다. 지극히 주관적인 내용들이겠지만, 한 여자의 솔직한 기록이 누군가에게는 참고 사항 정도로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려운 필수 과제 같은 프러포즈를 앞두고 있는 남성분이라면 이 글을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보통 프러포즈라는 주제로 대화를 하면 여자들은 자신이 로망 하는 프러포즈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떤 방식으로 프러포즈를 받고 싶은지 각기 다른 얘기를 한다. 마치 모든 여자의 취향이 다르듯이 프러포즈에 대한 취향도 매우 다양하다. 나랑 비슷한 유형의 프러포즈를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을 만나면 동질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는 잘 생각해 보면 여자들은 자신이 로망 하는 프러포즈 방식에 대해서는 확고한데 비해 다른 방식의 프러포즈에 대해서는 생각을 잘 안 해본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남자들은 막상 프러포즈를 할 때가 되면, 매우 큰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데 그 누구에게도 대단한 조언을 얻기 힘들다. 결국 내 여자의 취향만이 정답을 말해주기 때문. 그래서 나는 오늘 이 글을 통해 프러포즈를 받아본 여자의 관점으로 성공적인 프러포즈를 위한 조언을 해주고자 한다.


 우선 내가 받은 프러포즈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면, 나는 작년 내 생일 기념으로 떠난 베트남 가오슝 여행지에서 생일 당일 저녁을 먹고 돌아와 호텔방에서 프러포즈를 받았다. 생일 당일 떠난 여행이라 기대가 컸지만 막상 여행지에 도착하니 낯선 곳에서 내가 원하는 스타일의 레스토랑을 찾기가 어려워 겨우 생일 저녁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지친 상태로 호텔방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나왔는데 남편이 컴퓨터와 티비 화면을 연결하고 있었다. 나는 영화를 같이 보려나 싶은 마음으로 로션을 바르고 잘 준비를 하고 침대에 누웠다. 그런데 남편이 보여준 영상은 다름 아닌 직접 제작한 프러포즈 영상이었다. 영상을 보며 참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누가 봐도 열심히 만든 흔적이 녹아 있는 영상이었다. 그리고 그 영상이 끝날 때쯤 남편은 내게 모든 여자들의 로망 샤땡 브랜드의 작은 상자를 꺼내며, 침대 위에 앉아있는 내게 무릎을 꿇은 자세로 정식 프러포즈를 했다.


 그리고 그때 나는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받은 프러포즈였기에 어안이 벙벙했고 당시 나는 결혼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기에 더욱 당황스럽기도 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신박했던 것은 샤땡 브랜드의 작은 상자에 예쁘게 반짝거리는 화려한 브로치가 담겨있었다. 나는 살면서 브로치를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패션업계에서 일을 했기에 굉장히 다양한 패션아이템을 갖고 있지만, 브로치는 내 관심 영역이 아니었다. 어쩌다 브로치를 프러포즈 선물로 사게 되었을까도 너무 궁금했다. 그리고 난 대답했다. 

"오빠 고마워. 근데 프러포즈 다시 해줘. 오늘은 내 생일 저녁이야."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 남편의 노력이 여전히 고맙고 귀엽기도 하다. 그리고 프러포즈를 받아보고 나니 성공적인 프러포즈를 위해 남자분들이 미리 알면 좋을 그런 팁들이 있었다. 

너무 소중한 우리의 결혼 반지

 첫째, 완벽한 서프라이즈보다는 기대 이상의 감동을 위해 투자하기

앞서 언급한 대로 여자들은 프러포즈에 대해 대부분 자기만의 로망이나 선호하는 방식이 있기 때문에 평소에 자주 관심을 갖고 미리 알아두는 게 좋다. 모든 걸 완벽하게 서프라이즈로 준비하기 위해 스스로 판단하다 보면 상대가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접근하게 되어 역효과가 날 수 있다. 그래서 어쩔 수없이 냄새를 풍기더라도 평소에 원하는 프러포즈에 대해 물어보고 미리 알아두는 편이 좋다. 그리고 아무리 서프라이즈를 준비하려고 해도 여자들은 대부분 눈치가 빠르다. 여자의 촉이란 설명할 수 없지만 놀라울 정도로 정확도가 높아서 본능적으로 상대가 조만간 프러포즈를 할 것에 대해 예측할 수 있다. 그러니 평소에 미리 상대의 취향을 잘 파악한 후 프러포즈 당일 평소에 보여주지 못한 정성과 사랑이 가득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기대 이상의 감동을 주는 방법을 공략하자. 


 둘째, 프러포즈 선물은 상대가 평소 잘 사용하는 아이템으로 준비하기

오빠에게 프러포즈를 받은 후 왜 브로치를 선물로 준비하게 되었는지가 제일 궁금했다. 브로치는 내가 평소에 한 적이 없는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물어봤더니 아직도 해맑은 오빠의 대답이 생각난다. 평소에 내가 다양한 액세서리를 하고 다니는데 브로치만 없어 보여서 선물했다는 것이었다. 추가로, 매우 반짝 거리는 브로치였는데 평생 이렇게 반짝거릴 수 있게 해 주겠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했다. 우선 브로치에 담겨 있는 의미는 매우 감동적이었다. 그러나 여자들은 공감하겠지만, 평소 여자가 하지 않는 아이템은 보통은 불편하거나 자기 취향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있다. 패션 쪽에 종사하다 보니 정말 다양한 아이템을 갖고 있던 편이었는데 그중에 내가 없는 아이템을 찾아내느라 고생했을 오빠의 모습을 생각하면 귀엽고 그 마음이 고맙지만, 여자들에게 선물은 없는 아이템보다는 상대가 가장 많이 소유한 아이템이 가장 좋아하는 아이템일 확률이 높다. 그러니 평소 상대가 자주 착용하는 아이템을 파악하고, 색감이나 디자인을 면밀히 본 후 선물 한다면 성공 확률이 매우 높다.


셋째, 상대가 예쁘게 꾸민 모습일 때 프러포즈 하기

저녁을 먹고 돌아온 호텔방에서 샤워하고 나온 후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프러포즈를 받았기 때문에 쌩얼에 잠옷을 입은 차림으로 프러포즈를 받았다. 돌이켜보면 이렇게 내추럴한 상태로 프러포즈를 받은 것이 아쉬웠다. 프러포즈를 받은 순간도 결국 추억이 되기 마련인데 그런 순간을 카메라로 예쁘게 담아내고 싶은 건 대부분의 사람이 공감할 것이다. 사진도 찍고 싶고 동영상도 찍고 싶었다. 예쁜 얼굴과 옷차림으로. 그러나 그 순간의 나는 잠옷에 막 샤워하고 나온 민낯 그대로였기 때문에 사진을 열심히 찍고 싶은 욕구가 들지 않았다. 그러니 냄새를 풍기더라도 상대에게 프러포즈를 하는 날에는 오늘 예쁘게 하고 오라는 말로 힌트를 미리 주는 것도 좋다. 그 말은 들은 상대는 그날의 데이트가 유독 기다려질 것이고, 어느 때보다 예쁜 모습으로 감동적인 프러포즈 순간을 기념하는 사진을 백만 장 찍고 싶을 것이다.


 결국 남편은 내가 예쁘게 꾸민 모습일 때, 내 취향을 반영한 선물을 준비해서 완벽한 서프라이즈보다는 기대 이상의 감동을 공략하는 프러포즈를 다시 했다. 그렇게 프러포즈를 두 번이나 받는 행복한 여자가 되었고, 지금 우린 결혼한 지 102일이 되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프러포즈는 아름답고 감동적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프러포즈를 받던 순간을 생각하면 가슴이 뭉클하다. 그런 소중한 순간을 조금이라도 더 성공적으로 만들기 위한 조언으로 오늘의 내 글이 누군가에겐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P.S. 오빠의 프러포즈 사실 너무 귀여웠어. 매번 나를 위해 노력해 줘서 고맙고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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