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Talk1. 프로가 아니어도 괜찮아.

|나대로 살기

by kwonstalk권스톡

Talk1. 프로가 아니어도 괜찮아 - 나대로 살기


문득 만난 질문

살다 보면 정신이 번쩍 나는 질문을 만날 때가 있다. 책을 읽다가, 영화를 보다가, 심지어는 아무 생각 없이 멍 때리기를 하다 문득 만나는 질문으로 인해 인생의 갈림길을 만나게 되는 경험이다.

대학 신입생 시절 만난 동아리 선배의 한마디가 내 인생 첫 질문이 됐다. 내가 보기에 완벽해 보였던 선배. 그 선배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중 문득 던진 선배의 독백이 내 가슴에 꽂혔다.

"주변이 보는 나와 실제 내 모습의 차이를 만날 때. 그때가 나는 힘들어!"


내가 아는 나의 실제와 세상에 보이는 나, 그 괴리에 대한 자각, 이 질문은 그 후 30여 년을 살면서 내 삶을 이끄는 큰 질문이 됐고, 선택의 갈림길을 만날 때마다 길을 찾는 나침반이 되었다.


프로페셔널한 삶에 대한 동경

우리는 프로선수들의 스포츠 경기에 열광한다. 손흥민 선수의 멋진 슛 장면을 보면서, 마치 내가 경기를 뛰고 있는 듯 감정 이입을 하고, 그의 발을 떠난 공이 골대의 그물망에 꽂히는 순간 극도의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멋진 슛을 생각하며 뛰어든 운동장에서의 나의 몸은 새털처럼 가볍지도 않고, 내 발을 떠난 공은 하늘로 치솟기 일쑤인 게 현실이다.

그래도 죽어라 뛰고, 헐떡이는 숨을 몰아쉴 때면 손흥민 선수의 경기를 볼 때와는 또 다른 행복감이 있다.

잠깐 생각을 해본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뭘까?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면

“프로 - 프로페셔널 : 어떤 일을 전문적으로 하거나 그런 지식이나 기술을 가진 사람”

"아마 - 아마추어 : 예술이나 스포츠, 기술 따위를 취미로 삼아 즐기는 사람' 비전문가"




나에게 묻는다.

승리를 향한 멋진 슛

”나의 삶은 프로일까? 아마추어일까? “

우리는 은연중에 프로는 위너(Winner)이고, 아마추어는 루저(Loser)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조금 생각을 바꾸어 보면 오히려 아마추어가 위너이고, 프로는 루저이기도 하다. 과연 대가를 지불하는 사람과 대가를 받는 사람이 있다면 누가 위너일까? 우리는 대가를 지불하는 사람을 "갑"이라 칭하고 대가를 받고 뭔가를 하는 사람을 "을"이라고 한다.

프로는 고객(고용한 존재)을 위해 자신의 재능을 파는 존재이다. 프로는 어떠한 환경에서도 본인이 가진 최대 능력을 발휘하여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 존재 이유이다. 그것은 나보다 더 능력자가 나타날 때, 최소한 그 바닥에서는 더 이상 존재 이유가 없게 된다는 의미이다. 프로가 하는 일은 자신을 위한 일이 아니고, 대가를 지불한 사람을 위한 것이다.


아마추어는 자신을 위해 무엇인가를 한다. 그래서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그 일을 하는 과정 자체가 목적이다. 어설픈 실력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플레이를 해도 그 순간 즐거움을 누렸기에 그것으로 충분하고, 옆에 있는 경쟁자가 나보다 월등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내가 그 일을 그만두어야 할 이유가 되지 않는다.


경기를 즐기는 아마추어의 삶

나와 나의 괴리

너의 삶을 아마추어로 살아도 좋다고 말하고 싶다. 실수 없이 사는 것이 멋진 삶이 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선배의 뚱딴지같은 질문이 다가왔다.


"주변이 보는 나와 실제 내 모습의 차이를 만날 때. 그때가 나는 힘들어!"

이 질문을 만난 후 30년을 살아보고 이 시대 청춘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 "프로가 아니어도 괜찮아, 너의 삶을 살아"세상에 이름을 날리는 그 누군가를 너의 롤 모델로 삼고 살 필요는 없다.마크 주커버그처럼, 일른 머스크 처럼 사는 삶은 참 멋진 일이지만, 모두가 일른 머스크가 될 수는 없다. 세계 80억 인구 중에 우리가 이름을 들어 알 만한 사람은 1,000명도 되지 않는다. 인류의 역사기록 4,000년에서 슈퍼 울트라 프로페셔널한 삶은 그리 많지 않다. 내가 사는 모습을 그런 초특급 프로선수와 비교하며 산다면 나는 언제나 루저가 될 수밖에 없다.


두 개의 선택

이제 우리에게는 2가지 선택의 길이 있다.

하나의 길은, 진실의 모습을 조금 감추고 그럴듯한 프로페셔널을 연기하는 것이다. 삶의 현장에서는 자신이 생각하는 기준과 좀 동떨어져 살지만. 남들 앞에게는 들키지 않을 수 있을 만큼 가면을 쓰고 연기를 하는 거다. 사람들은 나의 완벽함을 칭찬하겠지. 처음에는 내면의 내 모습과의 괴리감에 어색해서 당황하고, 고민하기도 하지만, 그 기간이 길어지고, 칭찬의 농도가 짙어지고, 익숙해지면 어느 틈엔가 거짓 자신이 진짜 자신이라고 믿게 될 수 도 있다. 하지만, 결과는 좀 비참하다. 너의 삶과 너의 신념에 균열이 발생하게 된다. 삶의 실제와 신념이 동떨이진 삶, 그런 삶은 자신을 피폐하게 한다.


다른 한길은

아마추어로 남는 것이다. 배우고, 확신하고, 그만큼 살아보는 거다. 이제 학교라는, 가족이라는 온실을 벗어나 삶의 현장으로 향하는 청춘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다.


프로페셔널이 아니어도 괜잖아. 배우가 아닌 너의 삶을 살아봐, 너의 본래 모습과 너의 삶이 괴리가 벌어지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사는 거야. 살다 보면 어느새 세상에 하나의 길을 만들어 가고 있을 거야. 누군가가 따라갈 수 있는 발자취가 되는 삶을 사는 거지.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