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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태욱 Jul 11. 2020

애쓰지 않고 무언가를 잘 해내는 법


처음 돈을 벌어본 경험은 언제인가요?


2012년 대학 입학 이후, 이촌동의 조그만 화덕피자집에서 첫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1년 간 주방과 홀을 오가며 열심히 손님을 응대했다. 시급 5400원. 주 3회, 한 달을 꼬박 일해도 2-30만 원가량의 귀여운 돈이 내 손에 떨어졌다. 하지만 정말 즐거웠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좋았고, 점점 능숙하게 사람을 대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꼈다. 가끔씩 손님들에게 받는 팁은 귀여운 월급에 쏠쏠한 벌이가 되기도 했다. 지금 내가 갖고 있는 사회성의 근간은 이 시절에 만들어지지 않았나 싶다.


종종 주방에서 내가 만들어보던 요리들


그렇게 1년가량 홀에서 일을 했고, 단골손님 몇 분을 만들게 됐다. 그리고 지금 얘기하려는 이 손님은 아무 포트폴리오도 없던 내게, 사람 하나만 믿고 첫 영상 작업 의뢰를 맡겨주셨다. 영상을 만들면 일주일만에 30만 원을 벌 수 있었다. 그 당시에 그 돈은 나에게 굉장히 크게 느껴졌다. 돈을 받고 영상을 만드는 일은 내 삶에서 처음 일어난 사건이었기에, 일을 받아놓고는 덜컥 겁이 났다. 도망가고 싶은 마음도 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 작업이 없었더라면 내 프리랜서 라이프의 시작이 적어도 1-2년 늦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겁이 났지만 이 일을 시작으로 작은 성공 경험들을 쌓아나갔고, 그렇게 6년이 지난 지금 영상 만들기는 내 주요 생계 수단이 되었다. 그래서 얼마 전까지도 배고프지 않은 취준생일 수 있었다. 너무 감사하고 감사한 일.


세 번 째 즈음의 영상 외주 작업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영상을 만드는 일은 용돈 벌이를 위한 수단 그 이상을 넘지 못했고, 나도 애써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을 갖지 않았다. 영상 PD가 될 생각은 더더욱 없었고, 그냥 멈추지 않고 드문드문 들어오는 일들을 받아내곤 했다. 그런데 그런 시간들이 6년가량 쌓이니, 어느샌가 이 일에 자신감을 가진 나를 만날 수 있었다. 한 편에 10만 원-5분짜리 인터뷰 영상을 만들던 스물 하나의 나는, 이제 TVC를 뚝딱뚝딱 만들고 있으며 신뢰를 갖고 함께 작업하는 파트너들을 매년 새롭게 만들어가고 있다.


끙끙거리며 욕심부리지 않아도, 무언가를 잘할 수 있게 된 경험은 살아가는데 참으로 큰 힘이 된다. 포기하지 않으면 해낼 수 있다는 진부한 말을 몸으로 직접 느껴보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욕심내서 꾸준하게 해낸다면, 더 빠르게 잘하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꾸준함의 힘은 대단한 것이니까. 그렇게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의 커리어를 힘차게 시작할 수 있길 바란다. 태욱이 화이팅.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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