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29-20180103 / 교토와 오사카 가족 여행
나는 아빠랑 서울 어딘가에 있는 투룸에서 자취를 하고 있다. 원랜 네 가족이 오순도순 한 집에서 살았지만, 내가 서울로 떠나고, 곧 아빠가 서울 발령이 나고, 동생도 내 이웃 학교에 합격하면서 엄마는 혼자 창원에 살게 됐다.
내가 지켜본 바로는, 아빠는 정말 일 년 내내, 집이랑 회사만 오가면서 살고 있다. 아침 일찍 출근해서 9-10시쯤 밤 늦게 돌아오면, 맥주 한 캔 하면서 티비 보는가 싶다가도 어느샌가 골아 떨어져있다. 그러면 나는 매 번 아빠한테 이불 펴고 편하게 제대로 누워자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아빠는 아직 안 잘거라면서 다시 눈 뜨고 티비를 보기 시작한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이내 다시 골아 떨어진다. 그러기를 몇 번 반복하고서야 방으로 들어간다. 처음에는 단순히 아빠가 왜 저럴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하루 이틀, 몇 개월, 일년을 비슷한 상황과 마주하다보니 이젠 조금 생각이 달라졌다.
말은 안하지만 아빠도 분명 똑같은 내일이 시작되는게 싫었음에 틀림 없다. 고생하며 보낸 오늘 하루의 마지막을 조금이라도, 더 보내고 싶은 직장인의 마음은 내 주변의 직장인 형, 누나 뿐만 아니라 아빠에게도 똑같다는 것을 왜 나는 잘 몰랐을까. 그렇게 집과 회사만 오가는 아빠의 모습을 보면서 안쓰럽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아빠의 삶에도, 재미난 것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 가족 여행을 온전히 ‘부모님의 것’으로 만들기로 한 결정적인 이유. 여행 도중에 알게 됐는데, 이게 아빠의 첫 해외 여행이었다. 여담이지만, 아빠는 파파고 어플을 너무 신기해했다. 걸어 다니는 내내 파파고랑 장난을 치고 놀았다. 웃겼다.
준비 과정에 생각보다 시간이 그렇게 많이 걸리진 않았다. 확실히 이전에 두 번 해외여행 다녀온 경험이 어디 가진 않는다. 집에서 공항까지 걸리는 시간도 정확하게 예측해내고, 제법 베테랑이 됐다. 생각해보면 이번이 벌 써 세번째 해외여행이다. 작년 12월, 대학 생활 처음으로 떠난 동유럽 여행을 시작으로 매 방학마다 해외 여행 가는 것에 성공하고 있다. 항상 느끼는거지만, 여행에 100% 준비된 때는 절대 없고, 일단 질러 놓고 봐야한다. 여행은 빚 내서라도 갈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으로 돌아올 때면 항상 돈 그 이상의 것을 하나씩 꼭 얻어왔었기 때문이다. 2018년 다음 여름 방학엔 내가 어디로 떠나있을까.
써놓고 보니 두서 없고 결말이 이상하지만 이번 여행의 마무리는 이렇게 하는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