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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마 Jan 26. 2020

브런치 먹고 브런치에 글쓰기

브런치 카페와 딸이 해준 음식이야기

"엄마, 오늘 몇 시에 올 거예요?"

"왜 무슨 일 있니?"

"아니. 오늘 제가 엄마 오는 시간에 맞추어 브런치 만들어 주려고요."


같이 자주 가던 스***이란 자그마한 레스토랑에서 브런치를 딸과 함께 먹은 적이 있다. 이곳은 미리 전화를 해서 영업을 하는지 확인을 하고 가야 하는 곳이다. 사장님이 가정상황에 따라 가게 운영을 불규칙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테이블도 6개 정도 밖에 없다. 하지만 음식이 정갈하고 재료와 메뉴가 일반 레스토랑에서 먹는 것과 다르다.


아보카도가 잔뜩 있고 맛있게 구운 빵, 계란 프라이, 과일 등이 있다. 이곳을 선배 언니가 소개해 주었다. 중년의 여인들이 모처럼 시간을 맞춰 인천 콘서트에 갔다가 오는 길이었다. 분위기와 맛이 좋아 가족을 데리고 갔다. 이곳에서 음식을 먹어보고 딸이 흉내 낸 것이다. 


이 있어서  아침 식사를 거르고 밖에 나갔다 돌아오던 길이었다. 식탁에는 딸이 만든 브런치가 앙증맞게 놓여 있었다. 벌써 커서 엄마 밥까지 챙겨주다니 언제 시간이 이렇게 흘렀나 싶다.


"식빵이 없어서 모닝빵으로 대체했어요."

여러 칸으로 나눠접시에 반숙 계란 프라이, 꿀을 뿌린 새콤한 붉은 토마토, 스테이크 대신 냉동실 오리고기 구워서 대체했다. 감칠맛 나는 통밀 빵 대신 달짝지근한 모닝 빵이었지만 딸이 해준 브런치는 꿀맛이었다. 더없이 행복했다.


휴일 우리는 맛나다는 브런치 카페에 가서 밥도 먹고 얘기도 하고 오곤 했다. , 브런치에 작가 지망을 하고 '합격을 축하합니다.'기분 좋은 메일을 받다. 설렘을 가지고  프로필로 쓸  사진을 여러 장 찍고  "이건 배경이 좋은데 눈이 이상하게 나왔네." "저것이 자연스럽고 나아."  사진을 골랐던 곳도 브런치 카페였다.  


브런치카페에서 브런치를 먹으며 브런치 필 사진을 찍고 골랐 것이다. 




요즘엔 방학 중인 딸이 바나나 우유, 딸기 우유, 김치볶음밥, 쫄면, 김밥, 김치찌개, 초밥 등 다양한 요리로 바쁜 엄마를 먹여 살리고 있다.


일을 하다 끼니를 거르고 대학 때도 새지 않았던 밤을 꼴딱 새우게 된 날이었다. 아침이 되니 밥차릴 시간과 정신도 없다. 기운은 방전되어 배 무척 고팠다. 세상에! 먹기 좋아하는 내가 할 일에 치여  긴 밤동안 한 번도 간식을 먹지 못한 것이었다. 할 일은 여전히 쌓여있다.


잠자던 딸이 일어나서 나를 보고 "엄마, 밤샜어요?" 한다. 순간 딸의 맛난 밥이 그리워다. 어릴 적 엄마에게 했던 말을 딸에게  능청스럽게  큰소리로  다. 


"엄마~~~, 나 배고파! 밥 줘! 밥줘어!" 


아! 이 나이에도 엄마에게 의존하고 싶고 어리광 부리고 싶었나 보다. 며칠 딸이 나의 퇴근시간에 맞춰 밥을 준비해 주었고 간식을 챙겨 주었다. 딸에게 모성애를 느낀 것일까. 남편의 밥은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고 먹은 후 더 움직여야 할 것 같은 마음. 하지만 요 며칠 딸의 밥은 따스하고 편했다. 상대적으로 난 요즘 너무 몸과 마음 지쳐있었으며 바빴다. 그래서였을까.


가끔은 이렇게 역할을 바꿔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엄마와 딸이, 아빠와 아들이,  아내와 남편이 서로 역할을 바꿔서 말이다. 그러면 서로 좀 더 이해하고 좋은 가족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할 텐데. 자기 역할이 힘에 부치지 않고 삶을 숨 고르기 하며 살 수 있을 텐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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