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선으로 그을 수 있을까
선이 중요하다고 항상 생각하는 편인데,
우리네 일상에서는 그 선이 영화에서의 미장센처럼 눈에 확연히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이다.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은 그런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사람들과의 관계부터 그 사람의 성향이나 음식의 맛, 사람의 능력, 마음 등 거의 모든 것이 이 눈에 보이지 않는 선으로 나뉘어있다. 나는 이 선을 사람이 관념적으로 만들어낸 ‘숫자’와 비슷한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나는 보수적인 사람이야”라고 했을 때, 여기서 말하는 ‘보수’라는 의미는 각자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보수’라는 단어가 가리키는 분야에 따라 다른 뉘앙스를 가지게 되고, 화자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서는 그 말이 틀린 표현이 될 수 있다. 성 역할에서는 보수적인 사람일 수 있지만 정치 성향은 진보적일 수 있으며 그 정도는 다를 수 있어 경계가 애매해진다. 이는 결국 모든 것은 상대적인 개념으로 보아야 하는 것이고 정확한 의미의 ‘보수’라는 단어 안에 그 사람의 성향이나 가치관을 정확하게 선 그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모두 이 보이지 않는 선에 속아서 생각하고 또 이 선에 집착하며 생각이 갇히게 된다. 우리는 모든 것을 명확하게 정의 내릴 수 없고 정확하게 선을 그어 구분 지을 수 없다. 사람이 수의 개념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 만들어낸 숫자와 같이 그냥 우리가 생각하고 판단하는데 도움 정도를 줄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그 선을 지키기가 어려운 경우도 많고 의미적으로도 헷갈리거나 오해하는 경우도 많게 된다.
사회적으로 모두 어떠한 사고나 현상, 집단을 단어로 묶어 표현하는데 아주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