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주도 대화법 : 3. 브랜딩의 기술
동네에 아이스크림 할인점이 두 군데 있다. 한 군데는 아이스크림을 일정 금액 이상 사면 도장을 하나씩 찍어준다. 길을 한 번 더 건너야 하는데 꼭 그 집을 가게 된다. 도장이 누적되면 아이스크림을 공짜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아이스크림 도장 카드 대신 자신의 평판 카드로 시선을 옮겨 보자. 지금까지 얼마나 열심히 포인트를 누적했는지 살펴보자. 측정이 불가능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고, 꽤 많은 포인트가 쌓였다고 자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내 이야기를 하자면, 직장생활을 할 때 평판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평판이라는 것이 눈에 보이는 점수도 아니고, 당장의 일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가 나서서 평판이 좋다 나쁘다며 용기 있게 말을 해주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지나고 나서 알게 된 나의 평판은 좋은 편이 아니었다. 별점으로 따지면 5개 중 2개 정도.
평판은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에 대한 인식과 평가’를 의미한다. 자기 능력과 특징, 사람들의 호감도에 대한 종합 평가라고 볼 수 있다. 평판은 업무 태도, 업무 능력, 커뮤니케이션 스타일 등을 바탕으로 형성된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사람은 현재의 평판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모를 수 있다. 직장에서 평판이 좋으면 승진에 유리한 것은 기본이고, 개인 브랜딩의 효과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이직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아도 여기저기에서 이직 제안을 받고, 사업할 때 평판은 좋은 입소문을 타고 성과로 이어진다.
나는 직장 생활을 할 때는 평판이 좋지 않았지만 사업할 때는 좋은 편이었다. 광고나 SNS 마케팅을 통해서 새로운 영업의 기회가 생기기도 했지만, 클라이언트의 소개가 더 큰 비중을 차지했다. 소개해 달라고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소개가 이어졌다.
직장 생활을 할 때는 ‘내 일을 잘해야 한다’는 좁은 시각에 갇혀서 평판의 중요성을 놓쳤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일을 잘하면서 좋은 평판을 유지하는 직장인들을 보면 참 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은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한 것은 물론이고 말 표현도 특별하다. 평판이 좋은 사람들은 어떻게 말할까?
평판이 좋은 사람들의 말 표현법 5가지이다.
1. 인정과 격려의 말
평판이 좋은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의 노력과 성과를 인정하고 격려하는 말을 자주 한다. 특히, ‘덕분에’라는 말을 잘 사용한다. “덕분에 잘 지내고 있어요. 덕분에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라고 말한다. 그 외에도 다음과 같은 표현이 있다.
“정말 잘했어요. 좋은 아이디어네요.”
“잘하고 있습니다. 응원하겠습니다.”
“정말 든든합니다. 늘 믿고 있습니다.”
“잘 해내실 거예요.”
2. 감사의 말
평판이 좋은 사람들은 감사의 마음을 적절하게 표현한다. 아주 작은 일에도 진심 어린 마음을 담아서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말한다. 감사의 말은 즉시 해야 하지만 만약 때를 놓쳤다면 늦게라도 표현해야 한다. “OO에 대해 감사합니다. OO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라고 하면 된다.
말로 하는 것이 어색하다면 메모를 남기는 것도 좋고, 음료수나 소소한 선물과 함께 감사를 전하는 것도 좋다. 감사함을 전달하는 것은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하지만 과하게 감사를 표현하면 상대방에게 부담을 줄 수 있으니 수위 조절을 잘하는 센스가 필요하다.
3. 경청과 공감의 말
평판이 좋은 사람들은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고 적절하게 공감 표현을 한다. 자신과 다른 의견이 있어도 섣부르게 상대방을 설득하려 하지 않고 상대방의 생각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아랫사람이나 윗사람, 고객이나 파트너 모두에게 한결같이 경청과 공감을 표현한다.
“아, 그렇게 생각하시는군요.”
“혹시 이런 의견인가요?”
“제가 제대로 이해한 것이 맞나요?”
“그렇게 생각하시는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4. 지원과 협력의 말
평판이 좋은 사람들은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 지원과 협력을 적극적으로 제안한다. 만약 지원이나 협력의 말을 했는데 도움을 주거나 받지 못해도 다음을 기약하며 유연하게 대한다.
“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
“이러한 일이 있는데 함께 일해 보면 어떨까요?”
“이런 일이 있는데 도와주실 수 있으세요?”
5. 예의와 존중의 말
평판이 좋은 사람들은 존댓말과 경어를 적절하게 쓴다. 상대방에게 존중과 예의를 담아 말한다. 적절한 호칭과 함께 상대방을 정중하게 대하고, 말 끝에 반말을 섞거나 상대방을 비하하거나 비난이나 무시의 말을 하지 않는다.
평판은 단순히 현재 눈에 보이는 것이나 순간적인 성과에 기반한 것이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쌓여가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를 위해서 꾸준히 지속해서 관리해야 한다. 직장인뿐만 아니라 인플루언서나 사업가, 의사와 변호사와 같은 전문가도 마찬가지이다. 평판을 쌓는 것은 오래 걸리지만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고 한번 무너지면 회복이 쉽지 않다.
평판은 마일리지 쌓듯이 계속 쌓아야 한다. 하루에 1포인트는 별 것이 아닌 듯 보이지만, 1년, 2년,… 5년이 흐르면 그 포인트가 얼마나 쌓일까.
그동안 자신의 말과 행동이 평판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 생각해 보자. 좋은 평판을 위해서 해야 할 말과 행동 리스트를 정리해 보고 하나씩 실천해 나가 보자. 눈에 보이는 아이스크림 도장으로 얻는 것은 단지 아이스크림 몇 개일뿐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평판의 누적은 어떤 기회를 가져올지 알 수 없다.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은 좋은 평판을 계속 쌓아가는 것이다.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고, 인생을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소통의 기술' 39가지 중에서 15가지를 브런치 스토리에 연재했습니다. 자신의 인생인데 조연으로 살아가는 것은 너무 억울하잖아요. 자신 있게 말하고 당당하게 주인공으로 살아가시는데 도움 되시기를 바랍니다. - 신경원 작가